2026년 10월 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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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데모'에 이어 '관 주도 서명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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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욱 [pm707] 쪽지 캡슐

2004-10-14 ㅣ No.72750

'관제데모'에 이어 '관 주도 서명운동'?
[제보취재] '수도이전 반대' 서명용지 동사무소에 버젓이 비치
  임기현(안동하회탈) 기자   

서울시의 행정수도이전 '관제데모' 논란에 이어 이명박 시장의 국정감사 위증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이번에는 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광범위한 수도이전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오마이뉴스>에는 이같은 '관 주도 서명운동' 의혹에 대한 제보와 전화가 계속되고 있고, 현장 취재 결과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일부 동사무소에서는 민원인들의 민원창구에 버젓이 서명운동 용지를 비치해 놓고 있었으며, 일부 지역의 아파트 단지에서도 부녀회 등의 이름으로 단지내 안내방송 등을 통해 서명에 참여해줄 것을 호소하거나, 통반장들이 서명지를 직접 들고 다니며 가가호호 방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방위협의회, 바르게살기협의회 등 관변단체 명의의 '불법 현수막'이 내걸린 곳도 있었다.

 

동사무소에서 서명받아... 취재하자 서둘러 서명용지 치워

기자가 제보전화를 받고 지난 7일 찾아간 서초구 반포본동사무소에는 서초구의회 명의의 수도이전반대 서명지가 놓여 있었다. 민원인이 자주 들락거리는 민원창구에 비치된 서명용지에는 300여명 정도가 이미 서명한 상태였다.

▲ 서초구 반포본동사무소에 비치된 '수도이전반대' 서명지

동사무소의 한 직원은 “구의회에서 하는 일로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는 모르겠다”며 분명한 답변을 피했으나 “올해 봄인가부터 서명을 받아왔다”고 말해 이미 오래 전부터 서명작업이 이루어졌음을 시사했다.

기자의 취재에 대해 연락을 받고 달려온 책임자인 듯한 직원은(직책을 밝히기를 거절했음) 황급히 서명용지를 치우기를 지시했고 서명용지는 곧바로 민원창구에서 사라졌다.

이와 관련 반포본동 김재호 동장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진작 치웠어야 하는데 신경을 못써서 방치된 것”이라며 기사화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동사무소 직원은 “동사무소에서 왜 이런 반대서명을 받느냐고 항의하는 주민들도 상당수 있었다”고 밝혀 김 동장의 말과 다소 배치됐다.


지난 8일 찾아간 양천구 목동아파트 단지에서도 조직적으로 서명을 받고 있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목동 12단지 1205동 경비실에서는 경비실 창구에 서명용지를 비치해 놓고 있었다. 이 서명용지의 맨 윗쪽에는 '양천구 의회'라는 표식이 붙어 있었다. 일부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아파트 구내 방송을 통해서도 수차례에 걸쳐 수도이전반대 서명을 독려하는 안내방송이 있었다고 전했다.

 



통반장까지 서명운동에 나서나

현장에 있던 경비실 직원은 “통장이 가져다 놓았으며 서명된 용지도 조금 전에 통장이 수거해 갔다”고 확인해 주었으나 통장의 연락처를 알려주는 것은 거절했다. 이와 관련 신정7동 김미용 동장은 “행정적 차원에서 절대 그러한 일은 없다”고 부인하며 “직접 통장에게 확인하겠다”면서도 통장의 연락처는 알려주지 않았다.

3~4시간 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온 최모 통장은 “부녀회에서 한 일”이라며 서명용지를 비치하거나 수거한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최 통장으로부터 전화기를 넘겨받은 경비실 직원(기자와 만나 '통장'이 서명용지를 수거해갔다고 말한)은 “깜박했었다. 통장이 아니라 부녀회 사람들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기자가 다녀간 뒤 경비실에 부착되어 있던 서명용지는 누군가가 수거해갔다.

영등포구 양평동과 당산동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통장과 반장들이 직접 호별방문을 통해 서명을 받고 있었다.

양평동의 ㅅ아파트에 사는 홍모씨는 “통장이 수도이전반대 서명용지를 가지고 다니고 있다”며 “국운이 걸린 정치적인 의사를 중립적이어야 할 행정조직인 통장들이 직접 서명을 받는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며 개탄했다. 당산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권모씨도 “통장이 직접 받으러 왔다”고 밝혔다.

 



관변단체들의 수도이전반대 '불법현수막'

▲ 수도이전반대 현수막은 서울시 거의 전역에 걸려있다. 이 현수막들은 대부분 도로변의 가로수 등에 설치된 신고되지 않은 불법게시물이다

이러한 '관 주도 서명운동' 의혹과 함께 통장협의회, 체육회, 재활용센터 심지어 방위협의회 등의 단체 명의로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도로 주변에 나붙어 있는 것이 목격돼 이들 단체가 조직적으로 동원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

아울러 이들 현수막들은 대부분 차량의 통행이 많은 주요 도로변의 가로수 등에 설치된 불법게시물인데도 관할 구청은 이를 방치하고 있어 행정기관의 묵인 하에 조직적으로 현수막이 설치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들고 있다.

 


지난 8일 찾아간 양천구 신정동 목동중학교 옆 대로변 가로수에는 ‘수도이전 중단하고 우리경제 살려내자’라는 제목의 불법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이 현수막은 관변단체인 ‘신정2동 방위협의회’ 명의였다. 인근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이미 상당 기간 방치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관할인 신정2동사무소에 방위협의회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동장, 간부직원은 물론 예비군동대의 사병까지 전화번호조차 알려주기를 거절했다.

한편 기자가 신정2동 사무소를 방문한 지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방위협의회 명의의 현수막은 철거되고 없었다.

이들 체육회와 부녀회, 방위협의회 등은 국고보조금을 받고 있는 관변단체이며 특히 방위협의회는 통합방위법에 따라 유사시를 대비한 조직으로 통상 행정단위의 장, 의회의장, 경찰서장, 소방서장 기타 관계기관장 등을 포함하여 구성되어 있는 국가방위체계의 한 조직이다.

 



오프라인은 떠들썩, 온라인은 썰렁한 서명운동

이러한 일련의 사실과 관련해 용산구청의 한 관계자는 "통반장이나 관변단체에 어떠한 지시도 내린 적이 없다”며 “통장협의회라는 조직은 그 법적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통장들 스스로의 자생조직이기 때문에 관여할 바도 없고 딱히 제재할 수단도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곳곳에서 행정적 동원의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해당 구청과 동사무소에서는 통반장을 비롯한 행정조직과 관변단체를 서명운동 등에 동원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의 관계자들도 몇 차례 전화를 걸어 입장을 물었으나 “담당이 아니다” “회의중이다” “외출중이다”라면서 사실상 답변을 회피했다.

한편 온라인상에서도 수도이전반대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는데 서울시는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9월 7일 이후 지금까지 모두 35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회도 또한 자발적인 참여방법인 시의회 홈페이지를 통한 서명을 받고있으나 40여일간 모두 230명의 서명에 그치고 있어 오프라인상의 떠들썩한 실상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서명운동에 관이 나서는 것은 위법"..."자발적 참여다"
'관주도 서명운동' '불법 현수막'에 대한 반응

▲ 양천구 신정2동 목동중학교 앞에 붙어있던 현수막.

수도이전반대 서명운동과 현수막 게재 등에 서울시와 구청, 시구의회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김태선 노원구의원은 "지난 6월에도 노원구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며 “대부분의 지역이 구청장의 판공비로 동사무소를 지원하고 동사무소는 자유총연맹 등 관변단체의 이름으로 현수막을 거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조직적인 공무원들의 행위는 명백한 위법 부당한 행위”라며 “공무원이 국민적 신뢰를 저버리고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면 국가는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며 공무원들이 중립을 지켜줄 것을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서울시당의 임종국 공보실장은 이러한 서명운동과 현수막 설치 등의 활동과 관련해 “구청에서 자금지원을 받은 한 관변단체는 노인잔치를 열어준 뒤 노인들의 서명을 받았다는 제보도 있다”면서 "국고지원을 받는 관변단체들이 총동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내의 ‘관제데모 진상조사단’의 활동을 통해 서울시에서 구청으로 다시 동단위로 이어지는 불법행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차단해 낼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대 행정학과 이창기 교수는 서울시의 수도이전반대와 관련한 이런 행태를 한마디로 "국가정책에 대한 반항이자 법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못박았다.

이 교수는 "국가정책으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재산권과 명예를 지키기 위한 민간 차원의 자발적 운동이 아닌 서울시와 시의회 그리고 관변단체들의 이러한 운동 양상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신행정수도이전에 관한 법률이 이미 정상적으로 국회를 통과해 합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가정책임에도 관이 주도해 지원하고 행정조직을 동원해 시민의 불법의식을 조장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지금의 상황은 "수도이전반대가 마치 서울시민 전체 의사인 양 집단적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수도이전반대범국민운동본부'(공동대표 :이재오, 최상철, 이춘호, 임동규, 이재창)는 오는 28일 '천만인 서명운동 경과보고 및 결의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25개 구의회도 자체적으로 결의안을 내고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관해 서초구의회 최정규 의장은 "최근 여론의 분위기 때문에 계획했던 궐기대회도 무기한 연기했다"며 "서명운동도 사실 답보상태"라며 조직적인 서명운동이라는 비난을 우회적으로 피해갔다.

또한 수도이전범국민운동본부의 박종운 사무총장도 "28일까지 천만명의 서명을 받겠다는 것은 아니며 경과보고가 될 것"이라며 "시의원, 한나라당 원외지구당위원장, 국회의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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