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송의호 기자] "이렇게 몸이 개운할 줄이야…. 이불까지 새로 빨았으니 밤에 잠이 절로 오겠는걸."
경북 안동시 남후면 검암리 '소망의 집'에 기거하는 김학두(79)할아버지는 11일 몸이 날아갈 듯 가뿐해졌다. 이날 찾아온 한전 경북지사 '기쁘미 봉사단'이 오랜만에 손이 못 미치던 등을 시원스레 씻어준 덕분이다.
기쁘미 봉사단은 남자 6명이 한 팀이 돼 아침 일찍부터 이곳을 찾았다. 소망의 집은 치매환자, 의지할 곳 없는 할아버지.할머니 40여명이 모여 사는 복지시설이다. 그러다 보니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노인도 많아 이곳 직원 세 명이 감당하기엔 늘 역부족이었다.
봉사단원들은 이날 노인들이 덮고 자는 이불부터 몽땅 끄집어내 빨았다. 아침부터 햇볕이 쨍쨍 비쳐 빨래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3개월에 한 번씩 세탁하는 이불이지만 생리작용을 통제할 수 없는 치매환자들 때문에 냄새가 코를 찔렀다.
단원들은 큰 고무통에 이불을 넣고 올라가 발로 밟았다. 오전 10시쯤 시작한 빨래는 낮 12시30분에야 끝났다. 지붕과 옥상 위로 이불이 가득 널렸다.
오후 2시엔 목욕 봉사를 시작했다. 소망의 집 한 쪽에 마련된 세 평 남짓한 목욕탕으로 한꺼번에 할아버지 셋이 들어왔다. 면도해 주고 머리를 감긴 뒤 샤워를 시켰다. 샤워가 끝난 뒤 손톱.발톱도 깎았다.
소망의 집 김대년(56)원장은 "가끔 금품이나 위문품을 들고 찾아오지만 그런 것보다 목욕.빨래.청소 등 몸 봉사가 가장 고맙다"고 말했다.
기쁘미 봉사단은 20여년간 봉사활동을 하던 한전 직원들이 지난해 10월 안동지역 새마을부녀회와 공동으로 결성한 봉사단체. 이들은 매주 안동지역의 오지 한 곳을 정해 독거노인의 집을 수리하고 전기 설비를 점검하는 등의 봉사 활동을 해왔다.
안동=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 '나와 세상이 통하는 곳'ⓒ 중앙일보 & 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