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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웠네‥ 주변 노는 논 ·밭 3900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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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범 [riufsc] 쪽지 캡슐

2004-10-16 ㅣ No.72896

채웠네‥ 주변 노는 논 ·밭 3900평


거둔곡식 불우이웃에게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담·명암·산성동(행정동) 동사무소 직원 7명과 주민자치위원 21명은 주말 농사꾼이다.

이들은 지난해 연말 주민자치회의에서 상당산성 아래 노는 밭 900여평과 논 3000평을 일군 뒤 농작물을 심어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자는 뜻을 모으고 주말마다 농사를 짓고 있다.

사무실 안에서 자판을 두드리고, 서류를 정리하던 손으로 낫, 괭이, 삽을 잡는다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제법 농사꾼 티가 난다.

여름 무더위 속에서 물을 나르고, 잡초를 뽑고, 병충해와 싸우면서 뽀얗던 피부는 검은 구릿빛으로 변하고, 손은 굳은 살로 거칠어 졌지만 늘 즐거운 마음으로 일했다.

지난 여름 장마 때는 동사무소 직원과 주민자치위원들이 번갈아 가며 논물을 보고, 벼를 세우고, 밭둑이 무너지는 것을 막았다.

동사무소 직원과 주민자치위원 모두 농사에 매달리면서 일을 하다 뜰에서 막걸리를 놓고 주민 자치회의를 하기도 했다.

“도시사람들이 무슨 농사냐”고 핀잔을 줬던 농촌 주민들도 경운기, 트랙터 등 농기계를 빌려 주며 작황을 묻고 농사법을 일러줘 큰 힘이 됐다.

이들은 지난 7월 밭에서 감자 200상자(상자당 15㎏짜리)를 첫 수확해 혼자 사는 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 112곳의 어려운 이웃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감자를 캐낸 밭에는 김장용 배추 5천포기를 심었으며, 다음달께 배추 속이 차면 동네 주민과 합동으로 김장을 담그기로 했다.

오는 15일 대풍을 맞은 3천평의 논에서 벼를 수확하면 모두 주민들에게 나눠 주고 잔치를 열 생각이다.

김경식(48)주민자치위원장은 “수확을 해 이웃과 나눈다는 보람에 무더위, 장마도 모르고 여름을 난 것 같다”며 “풀을 뽑고, 비료주고, 땀을 흘리면서 생긴 동사무소 직원, 이웃 주민과의 정은 또다른 결실”이라고 말했다.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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