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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가 18일 밤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비난한 것은 총리와 특정 언론사간의 단순한 갈등문제가 아닌, 보다 근원적인 차원에서 봐야하는 문제점들을 갖고 있다. ‘행정각부 통할자’라는 막중한 자리에서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총리가 품위를 잃었다고 할 만큼 원색적인 표현과 거친 논리를 구사한 것부터가 적절하지 못했다. 그러나 직설적인 발언에 묻어있는 투박한 감정을 모두 빼고서 그의 발언이 갖고 있는 진의를 탐색해본다 해도, 이 총리는 국정통할자라는 권력자이며 행정가로서의 언론관, 역사관 그리고 시국관에 있어 균형감각을 상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언론의 비판기능에 대한 인식부터 잘못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그는 비판적인 언론사를 ‘역사의 반역자’라고 했다. 신문의 본질적 기능은 정치권력, 그것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냉철한 비판임이 서구민주주의에서는 언론의 존재이유와 관련한 보편적인 진리로 수용되고 있다. 언론의 비판은 국민의 ‘사유(思惟)의 자유’라는 기본적 자유와 직결된다.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하지 못하는 언론이야말로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존재한다. 오히려 그런 ‘친여·관영언론’이 역사의 반역자인 것이다. 모든 언론사가 정권찬양을 위해 경쟁을 벌여야 역사의 진보라고 본다는 의미인지, 민주투사 출신으로부터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은 적잖이 거북하다.
또한 “까불지 말라”고 한 것은 그렇게 말해야 속이야 풀릴지는 모르겠지만 총리로서는 절제심을 잃은 언사였다. 권력자의 오만으로 비친다. 이 총리는, 물론 현재도 특정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이긴 하지만 그렇다해서 국정통할자로서 특정정파에 대한 호불호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보수세력과 타협하지 않겠다…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한다”고 한 대목은 차라리 듣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싶을 만큼 정파편향적이다. 이 총리 역시 자신의 지지세력만을 위해 말하고 일하는 총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