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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교육을 이념투쟁화 해서야…전교조 정신차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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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동 [ynin] 쪽지 캡슐

2004-10-20 ㅣ No.73147

교육을 이념투쟁화 해서야…
지난 8월 26일 발표된 교육부의 대입개선안에 대한 찬반 논쟁과 곧이어 촉발된 일부 대학들에 의한 ‘고교등급제’ 적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교육부가 ‘3불(不)’ 원칙을 재천명하고 관련 대학들이 2005학년도 신입생 수시모집 전형 과정의 의혹에 대해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교등급제 문제는 서울대 국정감사장에서 가장 심각한 논쟁거리가 됐다. 급기야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이러한 사태는 교육 문제가 자칫 그 본질이 크게 왜곡돼 이념 논쟁으로 비화됨으로써 우리 사회의 통합마저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대입 개선안이 당국으로서는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고심을 거듭한 끝에 마련한 노작임을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개선안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엄연히 드러나 있는 문제를 인정하고 그 본질에 실질적으로 다가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교간 학력 차와 내신성적 부풀리기는 굳이 객관적인 통계를 인용할 필요도 없이 이미 공인되다시피한 엄연한 사실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고교 내신성적 위주의 전형을 추진하겠다고 할 때, 그 어느 대학총장이 대학의 책임자로서 이를 기꺼이 환영할 수 있겠는가?

돌이켜보건대,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의 참화를 겪으며 폐허화됐던, 작고 가난했던 우리 대한민국이 오늘 만큼의 윤택한 삶이나마 누릴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국민의 높고 뜨거운 교육열 속에서 양성된 우수한 인재들이 끌어올린 국가경쟁력 덕분임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성장한 우리의 경제력과는 어울리지 않게, 우리나라 대학 경쟁력의 현주소는 세계 150위권 내에 든 대학이 서울대 하나에 불과할 정도로 초라하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인재들을 선발·양성하고자 노력하는 대학총장이라면, 객관성과 공정성이 입증되지 못한 내신 위주의 입시전형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대학 교육의 출발점인 학생 선발부터 사실상의 획일적 평준화를 강요받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학에는 그야말로 시급하게 선결돼야만 할 근본적인 문제가 많이 있다. 우리나라 전체 대학에 지원되고 있는 학술연구비는 하버드대와 존스홉킨스대 2개 대학의 연구비 정도에 불과한 열악한 규모인데다가, 그나마도 5개 메이저급 대학과 KAIST 및 포항공대를 포함한 7개 대학에 40% 이상이 편중돼 있다. 교수 대 학생비는 아직도 1 대 35에 머물러 있어 미국의 1 대 15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열악한 교육 환경 속에서는 대학 교육의 ‘진정한 발전’이란 기대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이렇듯 어렵기만 한 여건 아래에서 대학총장들이 현실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발전 가능성이 높은 우수한 인재를 한 명이라도 더 선발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 교육의 본질적 문제에 대한 대학총장들의 충심어린 고뇌와는 달리, 대입제도 문제가 이념적 투쟁의 수단이 돼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작금의 세태는 그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평등은 정의의 본질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기계적·획일적 평등 지상주의는 결코 정의의 본 모습이 아니다. 모름지기 선택과 집중, 그리고 균형은 오히려 정의로운 교육을 위한 평등적 요소로 기능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무릇 세상사에는 시행착오라는 게 있고, 국가의 정책 가운데 완전무결한 것이란 있을 수 없다. 새 대입시 개선안 역시 우리나라 교육의 근원적인 난제인 고교 교육 정상화를 향한 것임은 틀림없지만, 합리적인 보완조치가 이어져야만 할 것이다. 이를 테면, 교육 환경의 개선, 교사의 양성과 관리 체제 개선, 교사평가제 시행 등 특단의 지원정책이 수립·집행되도록 하는 것이 그것이다. 아마도 당국이 새 대입제도를 발표한 후 이 같은 보완정책을 뒤이어 내놓았더라면 현재와 같은 심각한 갈등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차제에 대학총장들도 이제는 ‘이미 완성된 학생’보다는, 오히려 ‘발전 잠재력을 갖춘 학생’을 가려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발휘했으면 한다. 교육은 나라의 백년대계로서, 엄숙하고 신성한 문제일 뿐, 이념투쟁의 수단이나 대상은 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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