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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드디어 오서산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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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04-10-26 ㅣ No.73553

덕산호텔 온천탕에서 김교훈 히지노 형도 만나고...

 

 


†. 사랑·평화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모두에게

 요즘 여러 가지 일이 너무 많아 한가하게 편지 쓸 시간은 없지만 엊그제(24일/주일) 오서산을 갖다 온 얘기를 기록하지 않을 수 없어 잠시 짬을 내기로 했네.

 어머니를 제외한 우리 두 형제 가족 여덟 명은 엊그제 24일 드디어 처음으로 오서산을 등반했네. 그 기쁨과 약간의 후유증(우리 부부와 규왕아배의 허벅지가 좀 아픈 것)이 지금도 기분 좋게 유지되고 있네.

 오서산은 홍성군(광천)과 보령시와 청양군 사이에 있는 충남에서는 공주 계룡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산일세. 오서산을 갈 때는 700미터가 조금 넘는 산으로만 알았는데, 어제 인터넷 검색을 해서 알아보니 무려 791미터. 9미터가 빠지는 800미터였네. 백화산보다 3배 가까운 높이였네. 그 산을 우리가 마침내 오른 것일세.

 나는 백화산을 오를 적마다 날 좋은 날이면 훤히 보이는 광천의 오서산을 보면서 언젠가는 가족과 함께 저 산을 꼭 한번 가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머금곤 했네. 여러 번 계획을 잡곤 했지. 그러나 번번이 실행을 하지 못했는데, 그 세월이 벌써 여러 해나 되었지.

 해마다 오서산 가는 일을 실행하지 못하니(나 혼자라면 언제라도 갈 수 있지만 가족과 함께 가야 하니…), 오서산 얘기를 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괜히 부러움과 열등감마저 갖게 되더군.

 올해는 일찌감치 10월 24일을 오서산 가는 날로 잡아놓았네. 주일 미사 후에 상임위원회도, 레지오 꾸리아 모임도, 예비신학생 모임도 없는 주일이니, 나도 제수씨도 한결이도 한갓진 주일이어서….

 그런데 잦은 바람으로 빚어진 작업 차질 관계로 규왕아배가 또 일요일에도 출근을 해야 할 것 같고, 성당 복사단 가족 야유회가 팔봉산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해서 섭섭하지만 오서산 등반을 11월 7일 주일로 미루었네.

 그리고 규왕이 뿐만 아니라 중학생인 한결이도 아직 복사 봉사를 하고 있으니, 우리 두 형제 가족은 복사단 가족 팔봉산 야유회에 참가하기로 했네. 오서산 등반을 기대했던 규애도 예정대로 천안에서 오게 했고…. 그런 계획에 따라 우리 가족은 팔봉산 산행이 불가능한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모두 토요일 저녁 학생미사 겸 특전미사에 참례했네.

 그런데 예상외로 주일에 출근하지 않고 쉬게 된 규왕아배가 오서산 등반을 희망하지 뭔가. 복사단 가족 야유회 장소인 팔봉산에 함께 가기를 권유했건만…. 팔봉산으로 가면 음식 일체가 준비되었으니 생돈을 들일 필요도 없고, 또 버스를 대절했으니 운전 부담 없이 공기 좋고 경치 좋은 팔봉산의 가을 햇살 속에서 술도 좀 즐길 수가 있건만….

 할 수 없이 규왕아배의 원대로 우리 가족은 복사단 가족 팔봉산 야유회 참가를 포기하고 오서산을 가기로 했네. 그래서 아침부터 김밥 도시락 공사를 해야 했네. 제수씨가 일찍 내려와서 도와 주었는데, 역시 우리 집 김밥은 누가 먹어도 최고로 꼽을 정도로 맛이 일품.

 모든 준비를 마치고 오전 9시 30분에 집을 출발했네. 어머니가 빠져서 아쉽긴 했지만 천안에서 우리 딸도 오고, 또 다시 우리 두 형제 가족은 행복한 나들이 길에 올랐네. 드디어 처음으로 가족 모두 오서산을 밟게 된 것이 이상한 설렘을 갖게 하더군.

 천수만 제방 길을 거쳐 10시 45분쯤 광천읍을 통과한 다음 오서산 아래 주차장에 당도했는데, 관광버스들을 비롯하여 차들이 어찌나 많은지 차놓을 자리가 없어 잠시 애를 먹었네. 요행히 관광버스 바로 옆에다 차를 놓을 수 있었는데 약간의 배짱이 필요했네.

 그리고 11시 정각에 드디어 등산을 시작했네. 규왕아배는 김밥 그릇이 든 배낭을, 나는 내가 아침에 마련한 술과 음료수와 과자가 든 가방을, 제수씨는 과일 몇 개를 담은 가방을 메고, 한결이는 산을 오르면서 마실 물병이 든 비닐 가방을 손에 들고….

 산 중턱에 있는 정암사까지 오르는 일도 꽤 힘이 들더군. 규애와 규빈이가 속이 좋지 않다고 하며 몹시 힘들어해서 정암사에다 떼어놓고 갈 생각도 했는데, 그랬더라면 아주 곤란할 뻔했네. 정암사에서 정상까지는 보통 먼길이 아니었으니, 일행이 정상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일도, 두 사촌 자매가 정암사에서 일행을 기다리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었을 터….

 규왕아배가 지압술로 두 아이의 등과 손을 만져주니 아이들의 속이 괜찮아진 듯하여 모두 데리고 올라가기로 했네. 그런데 규애와 규빈이가 얼마나 잘 올라가는지 고마운 마음 컸네. 내가 내심 걱정을 했던 규애엄마도 오히려 나보다 더 잘 올라가더군. 그저 제일 잘 올라가는 사람은 한결이와 규왕이. 두 녀석은 사내 꼭지들인 데다가 체중이 가벼워서 걸음을 잘 떼는 것 같더군.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파른 산길을 오르기가 더욱 힘이 들더군. 사람이 너무 많아 더 힘이 드는 현상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터. 괜히 미안해지는 마음을 갖지 않을 수가 없더군.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 때문에 산길에서는 흙먼지도 많아 어려움이 더욱 컸네.
 
 정상에 다 왔나 하면 또 아니고…그렇게 무려 두 시간만에 오서산의 정상에 오를 수가 있었네. 백화산은 내 걸음으로도 3,40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가 있는데…. 1시 정각에 정상의 바위에 올라서서 사면 팔방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서 얼마나 감격을 하고 감탄을 했는지….

 곧 적당한 바위 위 비교적 펀펀한 자리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데, 규왕아배와 우선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맛이란…! 그 행복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으랴!

 절로 취흥이 우러나서 내가 밥 먹다 말고 시도 읊고 노래(가곡)도 부르는데, 마누라와 동생과 제수씨는 내 노래를 좋아하는데 딸년과 아들녀석은 사람들의 눈길을 의식해선지 쪽팔린다며 만류를 하더군. 고얀 녀석들 같으니라구….

 정상에서 저만치 있는 유명한 억새꽃밭은 벌써 억새꽃이 많이 이운 듯하여 가기를 포기하고 이윽고 산을 내려오는데 어찌나 아쉬워지는지…. 오를 때와 달리 짐이 없어진 규왕아배는 이번에는 규빈이를 업고 산을 내려가더군. 40대 후반의 세월인데도 청년 같은 모습에, 그리고 어린 딸년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머금지 않을 수 없었네.

 아이들 먼저 내려보내고 정암산에서 좀더 내려간 지점에 있는 간이 음식점에 들러 우리 부부와 동생 부부는 자리를 잡고 앉아 도토리묵과 두부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또 한 병 기울였네. 비용 15,000원은 제수씨가 지불했고….

 그리고 산을 내려오면서 나는 줄곧 노래를 불렀네.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내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좋기도 한지 규왕아배는 나를 만류하는 형수를 제지하기도 하면서 더욱 싱글벙글하더군.

 우리는 4시쯤 차들이 많이 빠져나간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덕산으로 향했네. 나는 막걸리를 좀 마시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간 상태. 아무 걱정 없이 운전을 할 수 있었네.

 그런데 5시쯤 덕산호텔에 도착해서 온천 목욕을 하기로 했는데, 규왕아배가 한사코 자기는 목욕을 하지 않겠다지 뭔가. 규왕이 규빈이까지 나서서 졸라도 막무가내. 매일같이 집에서 샤워를 하기 때문에 목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

 결국 규왕아배만 차에 남겨두고 목욕탕으로 들어가면서 나는 불현듯 아버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네. 아버님이 생전에 목욕탕에 가시는 걸 본 기억이 내게 전무한데서 오는 묘한 허전함과 아쉬움…. 아비가 어린 아들과 목욕탕에 가는 그 평범한 모습이 규왕아배에게는 왜 없는지….

 규왕아배가 너무도 아버님 성격을 닮은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약간은 곤혹스러운 기분이기도 하더군. 규왕이는 목욕탕에서 되우 신나 하는데….

(내가 일인당 1천원씩 할인을 받는 덕산호텔 VIP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가족 여럿이 목욕을 할 때는 더욱 흐뭇함을 갖게 하네.) 

 6시 30분쯤 목욕탕에서 나와 오서산에서 흘린 땀을 말끔히 씻어낸  상쾌함을 만끽하며 차에 올랐네. 그리고 태안으로 와서 원래 예정했던 <백화산가든>을 버리고 <신태루>로 가서 잡채밥과 볶음밥과 짬뽕, 그리고 서비스 군만두 등으로 저녁을 맛있게 먹었네.

 저녁을 먹으면서 내 어린 시절 이야기도 아이들에게 많이 들려주었네. 초등학교 시절부터 산에 나무하러 다닌 일, 겨울철 눈 쌓인 산의 소나무에 올라 낫으로 생솔가지를 치다가 산 임자에게 들켜 그의 몽둥이에 맞아 지게 뿔을 잃은 일, 여름철에는 산으로 들로 개구리를 잡으러 다닌 일 등…. 모두 좋은 추억일 수만은 없는 일들이지. 돌아가신 아버님을 그리워하다가도 왜 어린 아들에게 매일같이 개구리를 잡아오게 했는지, 왜 그리 모질고도 궂은 일을 하게 했는지를 생각하면 섭섭해지는 마음으로 목울대가 아리기도 하지. 물론 가난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내 그런 이야기들을 아이들이 진지한 눈빛으로 귀담아듣는 것이 고맙기도 했네. 규애는 왼손잡이인 아빠가 어린 시절에 오른손 낫으로 푸장나무를 하다가 손을 베어 두 손가락에 지금도 갖고 있는 흉터를 확인까지 하고….

 이렇게 해서 또 하루 즐겁고도 행복한 시간이 우리 가족을 따뜻이 싸안아 주고 지나갔네. 어머니가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어머니는 우리 두 형제 가족이 나들이를 잘 마치고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그리고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중국 음식을 사 먹이고 온 것이 마냥 흐뭇하신 듯….

 

*덕산호텔 온천탕에서 '가톨릭 굿 뉴스' 가족인 김교훈 히지노 선생을 만난 일을 마지막으로 기록해야 할 것 같네.

 목욕을 거의 마치고, 마지막으로 바블탕을 한번 더 들어갔는데, 나보다 한 살 위이면서도 훨씬 젊어 보이는 김교훈 히지노 선생이 반욕법을 즐기며 편안히 눈을 감고 계시더군. 그의 더없이 선량하고 온화한 표정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네. 완전히 부처님 같은 얼굴이라는 느낌이 들더군. 그의 편안한 명상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없지 않았으나 뜻밖에도 덕산호텔 온천탕에서 그분을 만나는 그 신기함을 나 혼자만 비밀처럼 간직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

 살며시 다가가서 "교훈형"하고 부르니 깜짝 눈을 뜬 그분이 나를 보고 어찌나 반가워하는지…. 그의 웃음 머금은 얼굴은 정말 아름답네. 반달 같은 것이 그 웃음 속에는 있지. 그 웃음 속에서 그분의 선량한 심성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이고….

 수많은 사람 중에서 내가 아는 또 한사람, 인터넷 공간에서 공감의 정을 서로 나누고 키워가고 있는 한 분을 덕산호텔 온천탕에서 만났다니 참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일일세.

 그 분은 교회공동체의 10여 명 형제들과 함께 공세리 성당의 밭을 빌려 고구마를 심었다고 하더군. 그 날 공세리에 동료들과 함께 내려와서 고구마를 수확하고, 10분의 1를 교회에 바치고, 덕산까지 와서 목욕을 하기로 했는데, 그 덕분에 나와 만나게 된 것….

 내가 지난 18일 저녁 서울대교구 사회복지국 소속 까리따스합창단의 정기공연 때문에 서울에 갔을 때 신성구 도마, 남희경 레오 형제와 끝까지 남아 마지막 4차로 서울역 근처 노래방에까지 같이 가주신 분일세. 그리고 그 노래방 부담을 혼자 도맡아주시고…. 노래방에서 나와서도 전철역에서 마지막으로 나를 배웅해 주신 분일세. 그분이 나를 얼마나 좋아하시는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네.

 지난 24일 덕산호텔 온천탕에서 '가톨릭 굿 뉴스' 가족인 김교훈 히지노 형을 만난 것을 특별히 기록하면서 오늘 편지를 이만 마치겠네.

 오늘 일 많이 했네. 일이 많이 밀려 있지만 오늘은 이만 컴퓨터 앞에서 물러나 백화산을 올라야겠네. 바람이야 많이 불지만 투명한 가을 햇살은 온 산에 가득할 테니…. 또 광천의 오서산도 볼 수 있을 테니…. 엊그제 가족과 오서산을 오른 일이 벌써 아련한 그리움이 되어 가고 있지만….

 

 (041026)
 충남 태안읍 샘골에서 지요하 막시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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