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3일 (금)
(녹)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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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謝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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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동 [ynin] 쪽지 캡슐

2004-11-12 ㅣ No.74543

사의(謝意)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양국 정상회담이 열릴 때마다 한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일본측이 과거사와 관련, 어떤 사과 내용을 밝힐 것인가라는 점이었다. 지난 1984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일본 총리가 동원한 단어는 ‘유감’이었다.

하지만 한국민 사이에서는 이같은 외교적 언사를 진정한 사과 표명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불충분하다는 불만이 남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맞는 한국정부는 사전 외교절충에서 보다 새롭고 솔직한 표현을 얻어내기에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90년 노태우 전 대통령 방일시 아키히토(明仁) 일본천황이 만찬사에서 사용한 단어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민 사이에 커다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일본천황이 사과 표현으로 쓴단어는‘통석(痛惜)의염(念)’이었다. 도대체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 무슨 뜻이냐며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것이 ‘마음이 아프고 애석하다’는 뜻이라는걸 알기까지는 잠시 시간이 필요할 정도였다.

그 이후로는 대체로 ‘반성과 사과’로 정착됐으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가 지난 2001년 한국을 방문하면서 밝힌 ‘오와비’라는 단어가 잠시나마 화제로 떠오른 적이 있다. 오와비는 사죄와 사과의 중간 정도의 의미를 띤 유감표시로 사죄의 ‘죄’(罪)까지 가지않도록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최근 이해찬 국무총리가 야당 폄하발언에 대해 사과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끝내 사과란 점을 명시하지 않아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 총리가 대신 동원한 단어는 ‘사의(謝意)’였다. 원래 감사하다는 뜻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 총리 덕분에 사과의 뜻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된 사람들이 많다. 이 총리가 굳이 이토록 생소한 의미를 끄집어 내려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물론 사과의 뜻이 담겨있겠지만, 만에 하나 첫째 의미인 감사하다는 뜻으로 사용했다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다시말해 반어법으로 써먹었다는 이야기인데 이 논리에 따르면 ‘그래, (한나라당아) 고맙다’ 내지 ‘그래, 잘났다’라는 뜻으로 돌변해버리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다면 이 총리의 꺾일줄 모르는 고집에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이신우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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