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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사회사업팀에 17일 30대 중반의 한 남자가 찾아왔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써달
라''며 흰 봉투를 내밀었다. 인터넷으로 계좌이체를 하려다가 출근길에
잠시 들렀다는 그는 자신을 ''경찰공무원''이라고만 밝혔다.
그가 전달한 봉투에서 수표를 꺼낸 사회사업팀 직원들은 순간 당황했
다. ''10만원, 많으면 100만원이겠지'' 하는 예상이 빗나갔기 때문이
다. 그가 전달한 성금은 1130만원이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어려운 시
기에 평범한 공무원이 1000만원이 넘는 거액을 기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4년 전 일을 떠올리며 "그때 아기에게 너무 미안했었고, 지금은
너무 고맙다"며 감사하는 마음을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못 받는 아
이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2월10일 의정부성모병원에
서 아기 탄생을 기쁨과 설렘 속에서 기다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희
망이 곧 분노와 절망으로 바뀌었다. 아기는 자폐아였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걸까''하며 절망하고 원망했던 그는 장애
아 교육시설이 있는 지역으로 이사가 아기를 위해 헌신하면서 마음이
바뀌어갔다.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아기를 보면서 요즘 감사한 마음
이 앞선다는 그는 4년 전 아기를 보고 원망했던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아기에게 정말 미안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 등 상세한 내용은
더 이상 밝히지 않았다.
사회사업팀 양인석 팀장은 "자폐아를 키우기가 더 힘들텐데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평범한 공무원이 선행한 일이 우리 병원 내에 잔잔
한 감동을 주고 있다"며 기증자 뜻에 따라 이 성금은 어려운 어린이 환
자를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연숙 기자 mirinae@pbc.co.kr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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