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대전역에는 120~130여 명의 노숙인이 몰려든다. 바로 벧엘의집(대전시 동구 삼성동 121-3·담당목사 원용철)에서 근처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을 하기 때문이다. 가끔 "반찬이 이게 뭐냐"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노숙인은 아주 맛있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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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역 앞에서 6년 째 하고 있는 무료급식. (사진제공 벧엘의집) |
| 1998년 라면 급식을 시작으로 6년 째 무료 급식을 하고 있는 원용철 목사(벧엘의집 담당목사)는 고춧가루에 묻힌 단무지 반찬이라도 맛있게 먹어주는 노숙인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하루 빨리 재정 상태가 나아져 한 달에 한번이라도 고기를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간절하다.
지난 1999년 7월 설립된 벧엘의집은 기독교대한감리회 남부연회(감독 곽성영 목사)에서 운영하는 노숙인을 위한 사회선교센터다. 이곳은 현재 30여 명의 남성노숙인이 상근 간사 한 명과 동고동락을 하고 있다. 남성 쉼터 근처에는 대전 지역에서 유일한 여성노숙인 쉼터가 있다.
"우리를 배신하지 말아 달라"
벧엘의집이 탄생하기까지 원용철 목사의 헌신이 컸다. 울산에서 목회를 하던 원 목사는 1998년 선배의 호출에 대전으로 달려왔다. 노숙인을 위해 일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선배의 권유에 원 목사는 한 달 동안 직접 노숙을 하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몸으로 느끼지 않으면 저들에게 값싼 동정만 주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한 달 동안 체험한 결과 역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먹을거리였다. 그러나 수중에 돈이 없었다. 원 목사는 일단 대전역 앞에 천막을 치고 근처 노숙인을 대상으로 라면 급식을 시작했다. 그 흔한 후원계좌 하나 없이 시작한 일이다.
"처음 라면 급식을 시작했을 때 한 노숙인의 말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우리를 배신하지 말고 끝까지 함께 해 달라는 그 말이 저에게는 하나의 약속으로 남아 있습니다. 노숙인들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이용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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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벧엘의집에서는 매달 첫째 주와 셋째 주 목요일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미용 봉사를 펼친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
| 1년여 동안 천막을 치고 고생한 결과, 남부연회에서 벧엘의집이라는 선교센터를 만들어줬다. 또 연회 산하 기관으로 등록도 했다. 교단 차원에서 지원하는 사회선교센터가 전무한 감리회 현실에서 벧엘의집 설립은 크나큰 의미를 갖는다고 원 목사는 말했다.
그러나 노숙인의 먹을거리를 해결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노숙인의 먹을거리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생각한 순간 또 다른 문제가 터져나왔다. 바로 노숙인의 잠자리. 그래서 이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었다. 잠자리를 만들었더니 그들의 자활을 위한 작업장도 필요했다. 그래서 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공동작업장도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확장해온 것이 남성쉼터와 여성쉼터, 희망진료소, 자활을 목적으로 하는 희망의집, 희망사업단, 희망지원센터 모두 일곱 개로 늘어났다.
"선교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이 우선"
노숙인들에게 밥과 잠자리, 일거리까지 주고 있지만, 원 목사는 그들을 선교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원 목사는 아예 선교라는 말을 쓰는 것도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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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용철 목사. ⓒ뉴스앤조이 이승규 |
| "사회복지 사업을 하면서 하나님의 이름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종교를 강요하지 않을 때 진정한 종교가 나오는 것입니다. 나의 삶을 통해 벧엘공동체 사람들이 스스로 변화해야지, 밥과 잠자리를 매개로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안 됩니다."
진정으로 그들의 삶과 함께 호흡하지 못하면 값싼 동정에 불과하다는 것이 원 목사의 생각이다. 또 많은 교회가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지만, 단순히 도움만 주는 데서 그치면 그들을 배부른 돼지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원 목사는 사회복지 부분에서 교회가 담당하고 있는 부분이 국가보다 크지만,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가 선교를 수단화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래서 원 목사는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들 스스로 변하지 않는 한 어떠한 선교도 강요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원 목사의 생각이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재정 부분이다. 현재 벧엘의집은 남성쉼터만 국가의 보조를 조금 받고 있을뿐, 거의 후원에 의존한다. 하지만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예전처럼 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지체들의 쥐꼬리만한 월급조차 챙겨주지 못할 때가 많다.
"저야 어려워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센터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은 어렵지 않게 하고 싶습니다."
원 목사의 꿈은 '벧엘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노숙인과 함께 먹고 살며, 그들이 삶 속에서 스스로 하나님을 만나 변화되는 것. 그것이 원 목사의 희망이다.
후원계좌 : 하나은행 : 647-910029-64405(벧엘의집), 지로입금 : 6971887(벧엘의집) 문의 : 042-252-2651, 633-6246
인터뷰- 미용 자원봉사자 임세연 씨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목요일이면 남성노숙인들이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임세연 씨(여·42)다. 임 씨는 이곳에서 3년 째 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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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째 벧엘의집에서 미용 봉사를 하고 있는 임세연 씨. ⓒ뉴스앤조이 이승규 |
| | 다른 곳에서의 자원봉사 활동까지 친다면 11년 째 미용 봉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임 씨는 봉사를 하기 위해 미용을 배웠다. 벧엘의집 역시 극동방송을 듣고 직접 찾아왔다.
"처음 봉사하러 왔을 때는 점심도 못 먹고 갔어요. 그러나 이제는 일 끝내고 노숙인들과 먹는 점심식사를 기다릴 정도니 저도 벧엘의집 사람 다 됐죠. 처음에는 힘들고 어려웠지만, 원용철 목사님은 삶 전체를 투자하는데, 한 달에 두 번 오는 것도 힘들다고 말하면 너무 염치가 없는 것 같아요."
임 씨는 곧 개척을 앞둔 교회 사모이기도 하다. 그래서 교회를 개척하면 동사무소를 통해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금까지 했던 봉사를 계속할 생각이다.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에요. 하나님한테 받은 복이 너무 많아서 저도 나눠주며 살고 싶은 마음이에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