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들어 연탄 수요가 전국적으로 작년보다 20~30%씩 늘어나고, 일부 지역에선 연탄이 귀해 100장
이 넘으면 배달도 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기름값이 30% 가까이 오르자 서민들이 석유보일러를 연탄보
일러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달동네에서도 보기 힘들어진 연탄 사재기 풍경을 불경기가 다시 살려냈
으니, 옛 풍경이 반갑다기보다 씁쓸하기만 하다.
전국 가구의 엥겔계수(가계 소비지출 가운데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가 4년 만의 최고치인 28.4%
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조사결과가 나왔다. 살림에 허덕이기 시작하면 서민들은 먼저 문화비 지출부터
쳐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의류비, 주거비, 그 가운데서도 마지막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것이 자
녀교육비다. 모든 경제연구소가 한목소리로 내년 경제는 더 힘들어 진다는데 서민들이 걸어야 할 팍팍
한 내일이 보이는 듯하다.
올 들어 10월까지 3700개의 중소기업이 부도를 내고, 5만개의 식당이 문을 닫았다. 경기침체가 깊어지
자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에서도 위로는 이사급 임원에서 아래로는 공장의 현장 근로자들까지 구
조조정의 칼날을 등에 느끼면서 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현재 75만명선인 실업자 수가 내
년에는 80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어느 자리에 가나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
나하나가 살얼음을 딛는 듯한 요즘이다. 모두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나날이기에 혹시나 무심결에
다른 사람의 상처를 건드릴까 염려돼서다.
정치란 국민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이다. 얼마나 잘 먹이고 입히고 재우느냐는 별 문제다. 어떤 일
이 있어도 이런 인간의 기본적 욕구는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들 하나 해결해주지 못하는 정부가
이념을 말하고 정의를 입에 올리고 통일을 외치는 것은 위선과 무능의 증거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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