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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을 버리진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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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rbk2236] 쪽지 캡슐

2004-12-10 ㅣ No.76255

[시론/김용희]그래도 희망을 버리진 말자  

 

 

지하철 안 풍경은 때로 기묘한 체험을 던져주기도 한다. 이쪽 좌석에서 맞은편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 얼굴

 

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더 이상 고향에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눈을 내리깔고 있는 아

 

주머니, 팔짱을 끼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사내, 전력을 다해 생을 살아가기에 삶이 고되고 피곤하다는 것을 이

 

미 알아버린 듯한 얼굴이다. ‘다 태워버린 성냥개비’ 같은 얼굴. 고향을 잃어버린 자들은 국외자처럼 배회하며

 

이 거대한 자본의 회로 속에서 익명의 노동력으로 환원될 뿐이다.

▼한해의 끝에서 지친 얼굴들▼

오늘 늦은 아침 지하철에 앉아 있는 젊은 부부를 보았다. 아내는 남편의 양복 깃을 털고 넥타이의 매무새를 고

쳐주고 있었다. 남자의 양복은 유행이 한참 지나 약간은 빛이 바래 보였다. 남자는 어색하게 상의를 추스르며

아내와 나직한 말을 주고받았다. 긴장하고 상기되었지만 미량의 희망이 젊은 부부의 얼굴에 감돌기도 했다. 남

편은 어느 중소기업에 면접을 보러 가는 길인 듯했다. 지하철이 한강을 통과하자 햇살이 창가에서 쏟아졌다. 슬

프게도 아내는 젊고 만삭이었다.

또 한 해가 가고 있다.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지만 우리는 영원히 고향에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나를 낳고 키워준 그 따뜻한 흙을 그리워하기엔 이미 너무 멀리 낯선 곳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길을 가다 낯모르는 사람과 사소한 시비가 붙자 남자는 품에서 칼을 꺼내 상대방을 찌르고 도망갔다. 어떤 노점

상은 행인이 물건을 안 산다고 그를 따라가 악다구니를 쓰며 그를 때려눕히고야 말았다. 서울 강남역 근처에 15

분만 서 있어 보라. 동냥하면서 적선을 구하는 이들을 다섯 명은 족히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마음속

에 유리 조각 같은 분노를 키우고 있었으니 그것은 언제라도 비죽하게 튀어나와 무기가 될 수 있다. 1980년대

시인 기형도는 최루탄과 화염병의 광장에서 플라타너스 잎사귀마저도 무기가 되는 시대라 노래하였던가. 이제

무기는 마음속에서 싹을 틔워 적의를 키워냈으니 이 겨울, 우리의 도시는 끝없이 보이지 않는 무엇과의 ‘전쟁’

속에 있다.

대학생들은 졸업을 해도 취업을 할 수 없고 농민은 김장철이 되었는데도 배추밭을 갈아엎었다. 공무원시험 학

원이나 교사 임용시험 학원이 북새통을 이루고 과잉경쟁에 혈안이 된 사람들은 입시 부정, 국가자격증 시험 부

정에 스스럼없이 자신을 던졌다. 공장은 문을 닫고 물건을 더 이상 만들려 하지 않는다. ‘연말연시는 불우한 이

웃과 함께’라는 로고가 도로변에 붙어 있지만 늘 옷걸이에 걸려 있는 익숙한 헌옷 같다. 술에 취해 늦은 밤거리

를 비틀거리면 언제 ‘아리랑치기’ ‘뻑치기’를 당할지 모르는 세상이다. 민심은 흉흉하고 풍문은 찢어진 벽보처럼

나돌아 다녀도 정부는 여전히 정치적 편 가르기, 정략적 문제들에 여념이 없다.

올해 서점가에서 최고 히트를 한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는 이렇게 말한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이미 출간된 지 몇 해가 지난 책이 갑작스레 베스트

셀러가 된 것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듯하다. 각박해진 사람들의 마음이 영혼의 연금술을 불러들인 것이

다. 저 우주의 신(神)으로부터 지금 이곳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싶은 자기위안이 감추어져 있는 것이

다.

▼서로의 온기로 이 고통 극복을▼

한 해가 가고 있는 이 추운 겨울에 나는 지하철에서 본 그 소박한 젊은 부부를 생각한다. 이 세상에 남은 것이라

고는 서로를 보듬어줄 따뜻한 온기밖에 없다는 듯이 서로의 얼굴을 만져주는 모습을 생각한다. 다시 솟아오르

는 새해의 밝은 해처럼, 갓난아기를 안고 있을 그 희망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김용희 평택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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