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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글로벌 경쟁력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104개국 중 26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의 경쟁 상대인 홍콩(8위), 일본(10위), 대만(11위)보다 훨씬 뒤진 성적을 받은 것이다. 이에 앞서 세계경제포럼이 지난 10월에 국가경쟁력지수와 기업경쟁력지수를 발표했는데, 한국은 각각 29위와 24위를 차지한 바 있다. 국가경쟁력은 지난해보다 11단계나 떨어진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지수는 이 두 지수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서, 올해 처음으로 발표됐다.
경쟁력.성장률 등 계속되는 추락
굳이 글로벌 경쟁력지수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요즈음 한국 경제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더구나 내년 성장률도 4%를 밑돌 것으로 보여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은 요원하기만 하다. 무엇이 우리 경제를 이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명석한 두뇌와 근면성을 함께 지니고 있기 때문에 못살래야 못살기가 어렵다. 그래서 ‘한강의 기적’도 기적이 아니라 좋은 두뇌와 근면성에 ‘잘 살아보자’라는 의지가 결합돼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잘살아보자는 의지가 있어 보이지도 않고 또 쉽게 부활할 것 같지도 않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대부분 ‘시장 죽이기’와 ‘대기업 목조르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 죽이기의 대표적인 것이 세금을 무기로 한 집값 안정 정책이다. 잠재돼 있는 주택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공급이 증가하지 않는 한,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이를 잡기 위해 세금을 올리면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추가적인 세금을 내야 하므로 거주 비용에는 변화가 없고, 결국 주택 시장만 죽인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또한, 재계나 많은 학자들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기업 활동을 더욱 옥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서 ‘기업이 나라’라고 하는 반면, 여당은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본격적으로 대기업 목조르기에 나선 것이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자국 기업의 손발을 묶어 놓고 외국 투자가들에게 자국 기업을 사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대한민국 1등 기업인 삼성전자도 적대적 흡수·합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 금융계열사 보유 주식의 의결권 한도 축소는 과연 누구를 위한 법조문인가? 그러면서도 기업이 이 땅을 떠나지 않기를 바랄 수 있으며, 국가경쟁력이 추락하지 않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아무래도 현 집권층은 좌우를 따지기 이전에 실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아니면, 강하고 잘 나가는 자에 대한 질시 감정이 도를 지나친 것 같다. 그것도 아니면 고집불통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자신 있게 믿는 지식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틀렸다고 하면 한 번쯤은 돌아보는 것이 열린 자세다. 여당의 당사 문은 항상 열려 있는지 모르지만 그 안에 있는 의원들의 마음은 꽁꽁 닫혀 있음이 분명하다.
기업에 적대적 공정거래법 등 무모
간접경험을 통해 개인의 삶과 나라 전체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그러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 시장을 죽이고 잘 사는 나라는 없다는 사례를 몇 개만 들여다볼 줄 아는 능력을 갖춘다면, 현 경제정책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를 깨닫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개혁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의 등을 따뜻하게 하고 배불리 먹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개혁으로 더 헐벗고 굶주리게 생겼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 정의가 무엇인지 몰라도 그 정의가 강물처럼 흐를 때쯤이면 국민들은 이미 그 강물에 빠져 유명을 달리한 뒤가 아닐까?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한국하이에크학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