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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면 한 집 건너 일자리를 잃은 가장, 장사가 안돼 문닫은 상인, 취직 못하는 청년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한 집의 가족 구성원 전부가 이런 처지에 놓인 경우도 있다. 그만큼 일상에서 체감하는 고용사정은 심각한데도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실업률은 3.5%(1~9월)다. 이 정도면 미국이나 유럽보다도 나은 수준으로 완전고용에 가깝다. 현실과 수치의 현격한 괴리는 실업률 산정과정에 허점이 있다는 뜻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분석한 같은 기간 ‘노동력의 불완전활용도’, 즉 실질실업률은 15.1%로 정부 발표보다 4.3배나 높다. 여기에는 구직단념자와 근로시간이 주 35시간이 안되는 ‘유사 실업자’가 포함돼 있다. 구직단념자로 분류된 대졸 대다수가 실제론 실업상태라는 점, 1주일에 단1일 일해도 실업통계에서 빠지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실업률이 고용의 현실에 근접할 것이다. 여기에 실제 벌이가 거의 없는 자영업자나 고시학원 등에 다니는 취업준비생까지 감안한다면 실업 수치는 훨씬 올라갈 것이다. 요컨대 정부의 고용통계가 고용의 질을 포함한 실태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통계의 착시는 정책의 왜곡을 부른다.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정부는 올해 5000억원의 예산을 쏟아넣었으나 거의가 2~3개월짜리 단기 프로그램이었다. 청년실업을 포함한 고용불안은 이미 단발성 땜질로 풀기 어려운 지경에 와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은 투자도, 고용도 늘릴 계획이 거의 없다니 더 걱정이다. 인적자원의 실태와 흐름을 큰 틀에서 관리하는 한편으로 경제살리기에 주력해야 할 정부가 이 암울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실업은 정상적인 가족생활을 파괴하고 유휴인력을 양산해 사회의 동력을 떨어뜨린다. 고용이 불안하다 보니 대학 신입생부터 취업준비에 매달리고, 실직한 가장을 대신해 주부가 대리운전이나 노래방 도우미로까지 나서는 게 현실이다. 15%가 넘는 실직자들에게는 한줄기 희망의 빛도 찾기 어려운 연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