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조건 신앙' 흔든 「다 빈치 코드」 |
| 예수결혼설 등 기독교 신앙 왜곡, 120만 부 돌파…교계, 반박 서적 앞 다퉈 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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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일 jeree@newsnjoy.co.kr [조회수 : 1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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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하나가 2004년 가을과 겨울 얼어붙은 출판시장을 강타했다. 「다 빈치 코드 1·2」(베텔스만코리아)가 6월에 출판된 뒤 6개월 동안 각종 온·오프라인 출판물 집계에서 줄곧 1위를 달리며 120만 부를 돌파했다. 이 책은 한국출판인회의 베스트셀러 집계에서도 12월 셋째 주까지 1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앞으로도 한동안 출판시장을 점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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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 빈치 코드 / 댄 브라운 / 베텔스만코리아 / 각각 7,8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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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미국에서만 1천만 부나 팔린 여세를 몰아 곧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뷰티플 마인드'의 감독 론 하워드가 메가폰을 잡고, 톰 행크스·조지 클루니·러셀 크로 등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주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 빈치 코드」의 저자는 한국 독자들에게 익숙한 존 그리샴이나 시드니 셀던 같은 대형 작가가 아닌 이름도 생소한 댄 브라운이다. 댄 브라운은 한국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신인'이지만, 요즘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 팩션(faction)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며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팩션이란 역사적 사실(fact)에 바탕을 두고 상상력(fiction)을 보탠 것을 뜻하는 합성어.
예수, 마리아와 결혼해 딸 낳았다?
소설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관장 자크 소니에르를 비롯해 네 명이 같은 날 살인된 사건부터 출발한다. 소니에르는 총을 맞아 죽기 전 남은 몇 분을 이용해 옷을 벗고 원을 그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유명한 작품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비례'를 흉내 냈다. 또 철자 바꾸기(anagram)와 피보나치의 유명한 수열로 자신의 유언을 대신했다.
암호로 된 유언은 우선 자신의 손녀딸인 암호 해독 경찰 소피 느뵈에게 종교기호학의 전문가인 하버드대 교수 로버트 랭던의 도움을 받으라는 것을 담고 있다. 그러나 랭던의 이름이 거론된 것 때문에 경찰은 랭던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사건현장에 끌어들이나, 랭던과 느뵈는 탈출한다.
랭던과 느뵈는 관장이 남긴 암호가,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서 마셨던 성배(聖杯)를 찾는 지도라는 것과 관장이 성배를 수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밀단체 시온수도회의 일원이었다는 사실 등을 알게 된다.
성배를 찾아 프랑스와 영국을 누비는 랭던과 느뵈, 이들을 쫒는 경찰, 성배가 공개되는 것을 막으려는 천주교 단체 '오프스 데이'의 추격과 반전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소설의 정점에 다다라 성배의 비밀이 풀릴수록 기독교인 독자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내용이 쏟아진다.
랭던과 느뵈는 평생 성배를 추적한 레이 티빙이라는 부호를 찾아가는데, 그는 성배가 잔이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의 시신이라고 주장한다. 티빙의 말을 들어보면,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와 결혼해 딸 사라를 낳았고, 사라는 프랑스 메로빙 왕조를 세운다. 예수의 신성을 믿는 천주교는 끊임없이 예수의 후손을 없애려 하지만, 시온수도회는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비롯해, 아이작 뉴턴, 빅토르 위고 같이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람들이 시온수도회를 이끌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소니에르 관장과 죽은 세 사람은 시온수도회의 핵심인물로 오프스 데이 측에 의해 살해됐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소설은 충격적인 내용을 계속 폭로한다. 다 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 옆에 앉은 사람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막달라 마리아라는 것이다. 나아가 예수가 교회를 맡긴 사람은 베드로가 아닌 마리아였다고 말한다.
독자들은 이쯤에서 「다 빈치 코드」의 주장과 신약성서의 내용이 어떻게 다른가를 묻게 된다. 댄 브라운은 티빙의 말을 빌려 이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티빙은 당시 80여 개의 복음서 가운데 남성 주도적인 교회가 결혼하는 '인간적인' 예수, 여성을 인정하는 예수를 말하는 복음서를 배척하고 예수의 신성을 강조한 현재의 4복음서만 채택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티빙은 "성경은 이교도 황제 콘스탄틴 대제의 편집의 산물이다"고 말했다. 티빙은 대제가 남성 중심적 사회를 유지하고 기독교의 분열이 로마의 분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 유명한 니케아 종교회의를 소집했다고 말했다. 대제는 종교회의에서도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켜 "예수는 빛의 빛이요, 참 하나님의 참 하나님이요, 성부와 동일한 본질을 가진 분이다"는 니케아 신경을 발표했다.
"「다 빈치 코드」, 일방적 자료 근거로 역사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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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 빈치 코드 깨기 / 어윈 루처 / 규장 / 200쪽 / 7,5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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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주장들은 저자 댄 브라운의 서문 때문에 더욱 기독교인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는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모든 예술 작품들, 건축물, 비밀 의식 등에 대한 묘사는 정확한 것이다"고 단언했다.
그동안 보수 기독교가 일반 사회의 문화나 정치에 대해 반응한 것으로 보아 한바탕 소동이 났을 법한 주장이다. 베텔스만코리아 측은 "논란을 예상했지만, 교인들의 항의 전화 한 통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출판사 관계자는 "소설은 소설로 인정하는 성숙한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몇몇 출판사는 이 같은 논란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규장은 미국 시카고의 무디기념교회 어윈 루처(Erwin Lutzer) 목사의 「다 빈치 코드 깨기」를 11월 18일 출간했다. 「다 빈치 코드」가 흥행했듯이, 이 책도 벌써 7천 권이 팔렸다. 생명의말씀사도 같은 달 25일 기독교 변증 단체인 국제 기독교 연구원 행크 헤네그라프(Hank Hanegraff)와 웨스턴미시간대(Western Michigan University) 신학교수 폴 마이어(Paul L. Maier)가 공동 집필한 「다 빈치 코드 진실인가? 허구인가?」를 번역했다. 이 책은 미국에서 10만 부 이상 팔린 「다 빈치 코드」에 대한 대표적인 답변서.
「다 빈치 코드 깨기」에서 어윈 루처는 「다 빈치 코드」가 주장하는 핵심을 △콘스탄틴 대제 코드 △다른 복음서 코드 △막달라 마리아 코드 △정경 코드 △예수 신화 코드 △미트라 코드로 분류하고 이 모두가 허구라고 반박한다.
어윈 루처는 「다 빈치 코드」가 주장하듯 성경이 요술 부리듯 구름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사람들이 역사적 정황에서 성경을 기록했으며, 수많은 책 가운데 일부만 성경으로 채택됐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교회가 정경을 만드는 과정에 황제의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성령의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어윈 루처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초대 교회사와 역사를 유명한 신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의 연구를 적절하게 인용했다. 그러나 신학을 전공하지 않는 교인들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전달하는데 역점을 뒀다.
「다 빈치 코드 진실인가? 허구인가?」도 허구가 사실로 둔갑한 것을 비판한다는 데서 앞의 책과 상통한다. 공동 저자인 폴 마이어는 「다 빈치 코드」가 어떤 점에서 허구인가를 집는데 역점을 둔다. 그는 기독교를 로마의 국교로 선언한 콘스탄틴 대제 비판, 예수의 결혼설 등 신학적이고 역사적인 문제와 중세 건축물에 대한 「다 빈치 코드」의 설명 등이 거짓임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제시한다. 자신이 제시한 사료와 「다 빈치 코드」가 제시한 자료를 비교하면, 「다 빈치 코드」가 얼마나 편향적인 자료에 근거해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행크 헤네그라프는 예수의 신성 등 주로 신학적인 문제를 변증하는데 집중한다. 이를 위해 성경과 초대교회 교부들의 신학, 종교회의 등을 면밀하게 분석한다. 그는 초대교회가 「다 빈치 코드」가 근거로 드는 영지주의 자료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신약성경 가운데 일부는 영지주의자의 왜곡된 신앙을 반박하기 위해 씌어졌다고 주장한다.
위 두 책에서 보듯이 「다 빈치 코드」가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인지 허구인지 분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신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많은 교인들은 그저 하나님의 말씀으로 알고 암송하고 읽은 성경이 격변기에 다양한 논의를 거쳐 만들어졌다는 것,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이루는 ‘예수가 하나님이다’는 고백이 치열한 논쟁을 거쳐 결정됐다는 것 등 초대 기독교의 역사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 빈치 코드」의 등장으로 교회에서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고 묻지도 않았던 신앙의 뿌리에 대해 한 번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의견과 기독교 정통성과 순수성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는 시선이 교차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