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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이 따뜻함에게.. 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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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자 [socho] 쪽지 캡슐

2005-01-05 ㅣ No.77313

 

 

쓸쓸함이 따뜻함에게.. 고정희

 

 

언제부턴가 나는

따뜻한 세상 하나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추운 거리에서 돌아와도, 거기

내 마음과 그대 마음 맞물려 넣으면

아름다운 모닥불로 타오르는 세상,

불그림자 멀리 멀리

얼음짱을 녹이고 노여움을 녹이고

가시철망 담벼락을 와르르 녹여

부드러운 강물로 깊어지는 세상,

그런 세상에 살고 싶었습니다

그대 따뜻함에 내 쓸쓸함 기대거나

내 따듯함에 그대 쓸쓸함 기대어

우리 삶의 둥지 따로 틀 필요없다면

곤륜산 가는 길이 멀지 않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내 피가 너무 따뜻하여

그대 쓸쓸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쓸쓸함과 내 따듯함이

물과 기름으로 와 외롭습니다

내가 너무 쓸쓸하여

그대 따듯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따듯함과 내 쓸쓸함이

화산과 빙산으로 와 좌초합니다

오 진실로 원하고 원하옵기는

그대 가슴 속에 든 화산과

내 가슴 속에 든 빙산이 제풀에 만나

곤륜산 가는 길 트는 일입니다

한쪽으로 만장봉 계곡물 풀어

우거진 사랑 발 담그게 하고

한쪽으로 선연한 능선 좌우에

마가목 구엽초 오가피 다래눈

저너기 떡취 얼러지나물 함께

따듯한 세상 한번 어우르는 일입니다

그게 뜻만으로 되질 않습니다

따듯한 세상에 지금 사시는 분은

그 길을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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