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보수입니까 진보입니까?
가끔은 그런 질문에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나 역시 내가 보수인지 진보인지 나를 확실히 모르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물으시는데요? 꼭 그렇게 구분을 지어야 할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다시 내가 되물으면 그쯤에서 입을 닫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어떤 이는 끝내 내 입에서 대답이 나오기를 채근하기도 한다. 주로 나보다는 젊은 층 들이 그러는 경우가 많았다.
“굳이 편을 갈라서 내가 당신들 코드에 맞지 않으면 날 상대를 안 하겠다는 거 같은데? 그럼 난 무조건 당신네들 반대편에 세워 둬. 난 편 가르는 사람들 아주 밥맛이거든”
얼굴을 대놓고 면박을 주고 만다.
영, 호남이 지역감정으로 아우성이던 70년대 초에 영남인 내가 호남인 아내를 맞으려니까 하필 왜 전라도 사람이냐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별꼴을 다보겠네. 내가 함께 살 사람 내가 좋다는 데 내 와이프가 어디 사람인들 지가 왜 꼴갑을 떨어? 기분 나쁘게, 지나 잘 살아라 그래”하고 받아쳐 버렸다.
편 가르기를 좋아하는 이들을 보면 일반적으로 말이 많다. 행동보다 말이 앞서고 떠벌리긴 잘 해도 일하는 걸 보면 시답지 않은 것도 공통점이다.
어떤 일본친구가 내게 그랬다. 그는 서울에 주재했던 언론사 기자였다.
“당신네 나라는 남북이 갈라지길 잘 했지, 만약에 남북이 안 갈렸으면 동서로라도 갈라졌을 거야. 신라와 백제 고구려 후예들이어서 그런가?”
물론 술자리에서 웃자고 한 소리였지만 난 그때 그걸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정말로 우리 국민심성에 화합보다도 분열을 좋아하는 因子가 있는 건 아닐까?’하고....
지난 해 10월 아리랑축전을 보려 평양에 다녀온 소감문을 지역신문에 연재를 했더니 만나는 사람마다 나를 친북좌파로 취급하는 것 같았다. 글 내용을 보고 그러는 것도 아니고 금강산이든 평양이든 북한에 가는 것은 무조건 북한을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내 여비 100만원 중에 50만원은 항공임으로 제하고 50만원은 북한에 떨어진 것이 맞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계산하면 금강산에도 다녀왔고 성당에서 굶주리는 북한동포를 위한 헌금도 하고 평화3000이란 단체에 매월 3000원씩 납부도 했으니 많이도 도와준 셈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분열을 좋아하는 인자를 가진 부류의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얼마 전에 고성 통일전망대를 간 일이 있었다. 특별히 평화의 종을 타종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하기에 따라 나섰던 길이었다.
전망대 북측으로 새 도로가 나고 망원경으로 북한군 검문소가 빤히 보이는데 남한에서 대형트럭에 뭘 그리 실어서 북으로 많이 가는지 짧은 시간에 몇 십대의 차들이 그 검문소를 통과하여 북쪽으로 넘어갔다.
개성에서 남북합작으로 물건을 만든다지만 그 재료가 거기까지 와서 넘어갈 것 같지는 않고 ...여튼 내 심정이 착잡했다.
굶주리는 북한 동포에게 준다는 그 물자가 북한군을 먹여 살리는 군량미가 된다면.....북한의 산업진흥을 위해 에너지를 준다는데 그 에너지가 전쟁준비에 쓰인다면....그래도 줘야 하는 것인가?
난 결국 그날 남들은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하면서 타종하는 평화의 종을 칠 마음이 없어 멀뚱히 남이 종을 치는 구경만 하고 돌아섰다.
우리교회가 민족화해를 위해 기도하고 굶주린 북한동포를 도와주고 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주는 만큼 받는 것도 있어야 하고 받는 게 없으면 북한동포 들의 인권신장에도 공헌을 해야 보람이 있을 텐데 저들이 하는 짓을 봐선 영 아니다 싶다.
그것보다 더 문제는 주체사상을 학습한 소위 386세대 후예들이 이제 우리사회 각계에 깊이 침투하여 민족화해라는 그럴듯한 가면을 쓰고 좌파적인 분배사상에 반자본주의 사상을 우리 사회에 물들이고 있다는 점은 깊이 경계해야할 대목이다.
심지어 국군정훈교본에 “북한 민간인은 북한인 또는 북한인민으로 표기하고 북한군인은 북한군이라 한다”고 주적개념이 분명하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6.25전사 편찬위원회 초안에 과거에 쓰던 북한괴뢰군을 북한군인이라고 표현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하드라도 북한인민군이라 표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하지만 나는 북한이 급속히 망하거나 북한백성들이 휴전선을 넘어 대량탈북을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사회에 혼란만 가져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굶주리는 동포는 도와주고 그들의 인권신장을 위해 교회가 그리고 북한동포 돕기 단체가 더욱더 노력해주길 바랄 뿐이다. 그래야 내가 한국 레지오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5억단의 묵주기도를 바칠 때 760단을 바친 기도가 이루어질 것 아닌가.
난 지금도 내가 보수인지 진보인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생각이 같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오직 하느님의 섭리에 따르며 모든 일을 주관하시는 그분께 알아서 해 주시라고 기도하는 것으로 만족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