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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제주기행3> 연(輦)과 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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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자 [pink45] 쪽지 캡슐

2006-05-21 ㅣ No.99681

<제주 기행> 연(輦)과 덩

 

제주도 여행을 가서 마지막으로 간 곳이 박물관이었다.

난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아직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

10년전에 경주에 가서 박물관에 있는 유물들을 보고 그 중에서도 기와에 찍힌 문양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늘 그리워하다가 3년전에 다시 경주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제주박물관의 유물들도 비슷한 것이 많았다.

 

돌촉이나 철촉, 석검, 동검, 철검을 비롯하여 도자기 기와 등등.......

그런데 지하에 있는 전시실에서 연(輦)과 덩을 본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임금님이 타던 연과 궁중의 여인들 중에서 공주나 옹주마마, 비빈들이 타던 덩을 처음 본 것이었다.

제주에서 그런 것들을 보게 된 건 의외였다.

제주가 일찌기 어느 나라의 수도도 아니었는데 왜 임금이나 궁중여인들이 타던 연과 덩이 여기에 있을까? 한양에 있어야 마땅한 게 아닌가?

그 의문은 곧 풀렸다.

담당직원의 설명에 의하면 서울의 중앙박물관 소장품인데 요즘 전국 순회전시를 하고 있다는 거였다. 운이 좋아 제주에서 연과 덩을 구경하게 된 것이다.

 

연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이렇게 설명 되어 있다.

임금이 타는 가마의 한 가지. '덩'과 비슷한데, 앞과 좌우에 주렴이 있고, 채가 훨씬 긺.

그런데 왜 난 연을 보며 꽃상여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울굿불긋한 색깔도 그렇고 가마의 모양새도 비슷해서였을 것이다.

여러 사람이 메야 하는 채가 몹시 무겁고 메는 사람들의 어깨를 무척 아프게 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덩을 보고는 또한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옛 우리 고향 어른들이 자주 하던 말이었다.

"내가 훗날 무슨 덩을 타겠다고 저것들 뒷치닥을  뼈빠지게 하느냐!" 하던 말이다.

자식들이 속 썩일 때마다 어머니들이 하던 말이다.

그시절 생각하기로 덩이란 아마도 꽃가마 쯤으로, 남편이나 자식 덕분에 누리는 호강을 뜻하는 것으로 알아들었는데 그 말로만 듣던 '덩'을 제주에서 실제로 보게 된 것이다. 

 

아무튼 연이든 덩이든 타는 사람은 편했겠지만 메는 사람들은 참으로 힘들고 고달펐겠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그들은 견비통이 심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견비통은 앓아본 사람만이 그 통증을 알 수 있는 병이다.

매일처럼 가마를 메는 사람들은 얼마나 어깨가 아팠을꼬......

새삼 자기만 똑똑하고 능력있으면 얼마든지 성공하고 출세할 수 있는 요즘 세상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지 느껴졌다.

연이나 덩을 보면서 거기엔  거역할 수 없었던, 정해진 신분에 따라 살 수 밖에 없었던 시대의 아픔같은 게 느껴졌다.

지금은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우리는 얼마나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능력에 따라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신분을 바꿀 수 있는 세상에서.....

또한 신분에 별로 구애받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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