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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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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칠등 [kcd159] 쪽지 캡슐

2020-03-10 ㅣ No.219815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病과 함께 藥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 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

 

아내를 위한 간절한 마음이 뭉뚝뭉뚝 묻어나는데,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남편의 글에 화답하여 쓴

아내의 글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남편이 드린 기도보다 더 간절한 기도,

시인 아내의 絶唱이었습니다.

 

  너무 고마워요

 

남편의 病床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느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罪로

한 번의 苦痛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느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詩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詩 외의 것으로는 禍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

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

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느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

 

부부가 나누는 지극한 사랑이

따뜻한 감동으로 전해집니다.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있는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라는

기도 앞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하느님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만은...

이만한 기도를 물리치시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토록 순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 나태주 시인 부부의 기도문中에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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