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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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통해서 깨닫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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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새벽, 계좌번호 입력 오류로 제 통장에 입금시켜야 할 생활비의 일부를 알지 못하는 사람의 통장으로 인터넷뱅킹을 이용하여 송금했습니다. (어제 그 사건에 대해 미리 게시판에 올렸었죠)
처음엔 좀 초조했고, 그 담엔 설마 다른 사람의 돈인데 안주기야 하겠어 하면서 안심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은행이 문열자 마자 달려갔죠. 사정 이야기를 했고, 필요한 절차를 밟았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죠. 제가 입금한 계좌의 예금주가 한국에 없다는 사실을요. 제가 그 분의 집전화로 전화를 했는데, 남자 어르신께서 전화를 받으시더니, 따님이 올 1월 인도로 갔다고 책을 다 끝내야 한국에 온다고 했답니다. 따님과의 통화는 어머님이 종종 하는데 연락처는 모르는듯 하고 걸려오는 전화로만 하는듯 하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절에 가셨다며 오면 전화해 주겠다고 연락처를 물으시기에 알려 드리고 통화를 마쳤습니다.
은행으로 갈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걱정이 없었는데, 통화를 마치고 나니 갑자기 제 실수에 화가 났습니다. 이름만 확인했었어도 이런 번거로움은 없었을텐데.. 꼼꼼하지 못하다고 빈정댔던 우리 신랑도 이런 실수를 한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신랑 얼굴 보기도 좀 민망할듯 하고. 적은 액수도 아닌데 언제까지 묶여 있을지 아깝기도 하고.
은행에 함께 가 준 자매가 "기분도 그런데 내가 밥 사줄께. 밥 먹고 성당가서 성채조배 하고 가" 하더이다. "아니야 언니 내가 살께.내가 언니 밥 살라구 그랬어. " 그리고 결국 점심은 부득불 우겨서 그 자매가 샀습니다. 사실 그 자매는 경제적으로 좀 힘든 상황입니다. 그런데 항상 밝습니다. 제가 오늘 잘못 송금한 돈이 그 자매에겐 한달치 생활비입니다. 아니 그보다 많습니다. 그런데 그러더이다. " 그래 그돈이 많다면 많지? 잊어버려. 내 수중에 있지 않으면 내것이 아니야. 성채조배하고 주님께 맡겨.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없는거고 이런 일도 생긴거야. 필요할땐 다 주신다" 점심먹고 차 마시고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은행갔어? 뭐래?" 사정 이야기를 하면서 " 한마디 하고 싶겠지만, 나도 속이 속이 아니니까 아무말 말아줄래?" 했더니 웃으면서 "하여간에" 하고 맙니다. 오전을 다 보내고도 모자라 오후까지도 함께 있다가 그 자매를 보내고,
성채조배를 했습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돈의 노예로 살아왔는지... 그 자매 말대로 지금 그 돈이 내게 꼭 필요한 돈이 아닌듯도 합니다. 없어도 이 한달 어찌어찌 살아질것이고, 다음달 월급을 받으면 또 여유가 돌아올것입니다. 경제적으로는 내가 훨씬 더 여유로웠지만, 행동에서나 마음에선 여유가 없었던 저를 보았습니다. 나의 중심에, 나의 가족. 그리고 나의 돈.. 그것이 먼저였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잠시동안이나마 돈 몇푼에 내 마음의 평화를 빼앗김에 얼마나 챙피하던지요. 무슨 큰일이나 난것처럼 조바심을 내었던 제가 속된말로 정말 쪽팔렸습니다. 그리고 기도했습니다. 이 일로 인하여 제 마음에 평화를 빼앗지 말아주십사고. 또다시 한달을 지내며 순간순간 아까운 마음이 들겠으나 돈에서 자유로워져 평화롭게 해 주십사고 기도했습니다. 이번 실수가 아니었다면, 자유롭지 못한 절 알수 있었을까요? 이것 역시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닐까 합니다. 철저한 척은 다 하면서, 턱하니 실수라고 하기엔 좀 큰실수를 한 제게 "하여간에" 로 끝내준 신랑에게도 고맙고, 바쁠텐데도 불구하고 절 위하여 함께 해 준 자매에게도 고맙고... 그러고 보니 감사할 일이 너무도 많네요.
성채조배를 막 끝내고 나오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그 예금주 어머니였는데, 당신은 남의 돈에는 100원도 관심이 없으시다면서 지금은 따님과 연락할 방법이 없어 어떻게 해 줄 방법이 없으니 따님과 연락이 되는대로 제게 연락해 주시겠다고 합니다. 그 어머니의 목소리는 차분하셨고, 저의 사정을 잘 이해하는 듯 하였으며 안타깝다고 하였습니다. 저 역시 저의 실수로 번거롭게 해 드림을 죄송하다고 말씀드렸고, 연락이 되는대로 연락해 주시기를 기다리겠다고 하고 통화를 끝냈습니다. (올해 안으로는 온답니다.)
그리고 모두 맡겼습니다. 주님께서 알아서 하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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