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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님의 기도하는 손

서울에 푸짐하게 첫눈 내린 날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
고요히 기도만 하고 있을 수 없어
추기경 몰래 명동성당을 빠져나와
서울역 시계탑 아래에 눈사람 하나 세워놓고
노숙자들과 한바탕 눈 싸움을 하다가
무료 급식소에 들러 밥과 국을 퍼 주다가
늙은 환경 미화원과 같이 눈길을 쓸다가
부지런히 종각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껌 파는 할머니의 껌통을 들고 서 있다가
전동차가 들어오는 순간 선로로 뛰어내린
한 젊은 여자를 껴안아주고 있다가
인사동 길 바닥에 앉아 있는 아기 부처님 곁에 앉아
돌아가신 엄마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다가
엄마 시신을 몇 개월이나 안방에 둔 중학생 소년의 두려운 눈물을 닦아 주다가
경기도 어느 모텔의 좌변기에 버려진 한 갓난아기를 건져내고 엉엉 울다가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
부지런히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와 소주를 들이켜고
눈 위에 라면박스를 깔고 웅크린 노숙자들의 잠을 일일이 쓰다듬은 뒤
서울역 청동빛 돔 위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다
비둘기처럼.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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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호승님의 시를 참 좋아합니다.
그중에서 이 시를 무척이나 좋아 합니다.
사랑이라는 말은 단 한마디도 나와있지 않지만
'사랑'을 상징적이면서 은유적으로 묘사한 시입니다.
물론 시인의 상상력에 힘입어 환경미화원, 노숙자, 여인, 아기,등은
김수환 추기경님으로 부터 따뜻한 위로를 받습니다.
그래 저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기도하는 손'이야말로
진정한'사랑의 힘'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소원 해 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
기도하시는 추기경님의 따뜻한 손길은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닌,
한 집단만을 사랑한다는 간절한 표현...
더는 하지 않으셨으면... 소원 빌어봅니다.
세상에 버림받고 소외된 수많은 이들을
감싸주고 안아주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하지 싶습니다.
기도하시는 추기경님의 따뜻한 손길은
세상의 모든 이들의 가슴을 따듯하게 만들어 내셔야 하는
그리스도의 막중한 소명을 짊어지고 계시지 않는지요.
이시대 참 어른이자 양심의 마직막 보루이신 추기경님...
당신의 따뜻한 손길이야 말로 진정성이 담긴 참 사랑의 상징으로...
빛과 소금으로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절절하게 녹아 내렸으면 ....
"미움은 싸움을 일으키지만 사랑은 모든 허물을 덮어 준다." (잠언 제10장1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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