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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대한 소소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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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06-08-16 ㅣ No.103380

 

                  낚시에 대한 소소한 생각들
                        낚시터의 쓰레기 더미들을 보며

 





▲ 태안읍 인평리 저수지 풍경. 저수지 한가운데에서 배를 타고 낚시를 하면 삼복더위도 잊을 수 있을 듯 하다.
ⓒ 지요하

생활 가운데서 한때는 매우 친숙했던 것들임에도 과감히 '절교'를 한 것들이 내게는 세 가지쯤 된다. 하나는 낚시이고 또 하나는 담배다. 나머지 하나는 화투다. 낚시와 담배와 화투를 나는 오래 전에 끊었다. 벌써 20년 넘게 담배와 화투는 일체 상종을 하지 않고 있고, 낚시도 거의 '재회'를 하지 않는다.

정말 매우 친숙했던 것들임에도 내가 단호히 절교를 해버린 그 세 가지 '기호(嗜好)'들은 서로 불가분의 관련이 있을 것 같다. 다시 말해 내가 그 세 가지를 내 생활 속에서 한꺼번에 추방을 해버린 데에는 그 세 가지가 '연결 고리' 같은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낚시와 담배, 담배와 화투의 밀접한 상관성 때문에 결국 그 세 가지를 모두 내 생활 속에서 추방해 버렸다는 얘기다.

아무튼 이제는 완전히 담을 쌓았거나 매우 소원한 관계로 지내고 있는 그 세 가지 과거의 내 기호들 중에서 오늘은 우선 낚시에 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낚싯대 던져놓고 담배 꺼내 무는 그 순간, 그 맛

민물 낚시를 생각하면 우선 담배가 떠오른다. 낚시와 담배를 함께 떠올리면 지금도 내 입안에서 군침이 도는 성싶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도 낚시터에서의 담배 맛에 대한 기억을 명료히 지니고 있는 셈이다.

낚시터에 도착하면 자리를 잡고 채비를 한다. 낚시 봉을 던져 수심을 재본 다음 낚싯줄의 길이를 조절한다. 마지막으로 떡밥을 갠다. 갠 떡밥을 낚시 바늘에 달고 각도를 잡아 던져 넣는다. 그리고 손을 씻는다. 손의 물기를 닦은 다음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다.

그 순간의 담배 맛을 나는 정말 잊을 수 없다. 낚시터에 앉아 첫 번째 낚시 투입을 한 다음 피우는 첫 담배, 그 담배 맛을 나는 최고로 친다. 나는 낚시를 갈 때마다 낚시터에서 맨 처음 피우는 그 담배 맛에 대한 기대 때문에 침을 삼키기도 했다.

벌써 20여 년 전 얘기지만 나는 청년 시절 정말 낚시 광이었다. 작가 지망생 시절, '군사독재'라는 말로 표현되는 암울한 시대와 무수히 '낙방'을 겪는 상황 속에서 낚시는 내게 유일한 낙이고 위안거리였다. 가을에는 바다로 가서 망둥이 낚시를 했고, 봄과 여름에는 여러 수로와 저수지들을 다니며 붕어 낚시를 했다.

차도 가지고 있지 않던 시절이었다.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데도 어쩌면 그렇게 여러 곳의 낚시터들을 부지런히 다닐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무거운 낚시 가방을 메고 버스를 타기 위해 먼길을 걸었던 기억은 어떤 아릿함마저 안겨준다.


▲ 쓰레기 더미 옆에서 낚시를 해도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을까? 태안읍 인평리 저수지의 한 곳 낚시터 풍경
ⓒ 지요하

갯물 낚시도 꽤 많이 했지만 배를 타고 바다에서 낚시를 한 기억은 많지 않다. 배를 타고 한 낚시는 고작 두세 번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갯물 낚시는 주로 밀물이나 썰물 때 갯고랑에서 하는 망둥이 낚시였다. 허리까지 물 속에 넣고 낚시를 하니 꽤나 힘이 들었고, 때로는 낚시를 넣기가 바쁘게 망둥이가 물려 '상념'의 공간은 아예 없었다.

그런데 제방 같은 데서 낚시를 할 때는 낚시가 돌 틈에 걸려 낚시는 물론이고 납봉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배를 타고 낚시를 할 때는 납봉을 잃는 일이 더 많았다. 처음에는 납봉을 잃는 일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늘 여분이 많았으므로 납봉을 잃어도 별 문제가 없었고, 개인적인 작은 손실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다가 납이 얼마나 유해한 물질인가를 알게 되었다. 내가 낚시를 하다가 바다 밑에 떨어뜨리는 납이 바다 속에서 (당장 수치를 계량할 수는 없지만) 심각한 유해 작용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같이 수많은 낚시꾼들에 의해 유해 물질인 납봉이 무수히 바다 밑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에서 이상한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그 후부터는 누구한테서 바다 낚시 얘기만 들어도 납봉 생각이 떠오르곤 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바다 낚시는 해양을 오염시키는 일종의 환경파괴 행위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 자연 질서에 대해 죄를 짓는 일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물론 과도한 생각이고 일종의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가진 다음부터는 바다 낚시를 기피하게 되었다. 생활 형편이 좀 나아지고 이런저런 교류의 폭이 넓어지면서 배를 타고 바다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기회도 더러 생기지만 나는 그런 '사치'는 적극적으로 사양한다. 바닷가에 살면서도 지난 20여 년 동안 바다 낚시를 한 기억은 전혀 없다.

유해 물질인 납봉에 대한 기억은 참으로 명료하다. 벌써 20여 년 전 일이지만, 근흥면 수룡리 저수지에서 민물 낚시를 할 때 납봉의 독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물 속에 있는 수초들이 확연히 보이는데, 푸르고 싱싱한 수초들 사이에 노랗게 변색되어 죽어 가는 수초가 있었다. 이상하다 싶어 바짝 눈을 대고 살펴보니 그 수초에는 낚싯줄이 걸려 있었다. 그 낚싯줄에는 납봉들이 달려 있었고….

푸르고 싱싱한 수초들 사이에서 유독 그 수초만 노랗게 죽어 가는 것은 그 수초에 걸려 있는 낚싯줄, 즉 납봉들 때문임을 직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 태안읍 도내리 저수지도 낚시터마다 쓰레기들이….
ⓒ 지요하

내 아래 앞니들 중 하나는 누르스름하게 변색되어 있다. 치과의사 말로는 죽은 이라고 했다. 이는 죽었지만 뿌리는 그대로 있으니 그냥 남겨두자고 해서, 그 이는 변색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구실을 잘해주고 있다.

아래 앞니 하나가 왜 죽었을까? 오래 궁금증을 가져오다가 내 나름대로 납의 독성 때문이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옛날 열심히 낚시를 즐기며 살 때 낚시터에 가서 수심을 재고 찌 조절을 할 적마다 납봉을 이로 물어뜯거나 갉아서 무게를 줄이고 했던 일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 일을 할 때마다 그 이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그 일을 윗니와 아랫니가 함께 했지만, 윗니는 납 성분이 쉽게 흘러 내려가니 독성이 남지 않게 되었고, 아랫니에는 독성이 침잠 되는 연유로 결국 아래 앞니 하나가 죽게 되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확실하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수많은 우리 혈족들 중에 당뇨 환자는 단 두 사람뿐이다. 사촌 형님 한 분과 나, 이렇게 두 사람이 당뇨를 앓고 있다. 팔촌 범위까지 두루 살펴보아도 우리 두 사람 외로는 당뇨 환자가 없으므로 유전적 소인은 없어 보인다.

나야 베트남 전쟁 고엽제 후유증 판정을 받았으니 그렇다 치고, 사촌형님은 왜 당뇨병을 갖게 되었을까? 의문을 지닌 끝에 나는 사촌형님이 수십 년 동안 낚시가게를 해온 사실을 주목하게 되었다. 낚시가게를 하느라고 수십 년 동안 맨손으로 납봉을 만지며 살아오신 탓이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낚시에 흥미를 잃게 된 이유


▲ 서산시 팔봉면 어송 저수지 길옆에 세워져 있는 화려한 경고판. 어딘지 모르게 애절해 보이는 느낌이다.
ⓒ 지요하

붕어 낚시는 20분 간격으로 한 마리씩 올라와도 재미있다고 한다. 20분은 느긋하게 담배 한 대 피우며 상념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는 민물 낚시를 갈 때마다 담배를 최소한 두 갑은 챙겨 가곤 했다. 낚시를 하다 보면 자연 담배를 많이 피우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내 낚시 의자 밑에 수북히 쌓인 담배꽁초를 보며 이상한 공포 같은 것을 느꼈다. 내가 한 자리에서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운다는 사실도 놀랍게 느껴졌고, 저수지 제방의 돌 틈에 담배꽁초가 무수히 버려진다는 사실이 돌연 매우 부당하게 느껴졌다.

비록 살생이야 했을망정 내가 여러 시간 앉아서 시름을 달랜 자리는 사실 고마운 자리였다. 그 자리에 감사를 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감사를 표하는 일은 그 자리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낚시터에 앉아서 가지게 된 이런저런 상념의 결과였다. 그런 상념을 얻은 후부터 나는 내가 앉았던 자리에 담배꽁초도 하나 남기지 않게 되었다. 내 흔적을 조금도 남기지 않는 것에 적극적으로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 남의 자리, 남의 흔적에도 신경을 쓰게 되었다. 담배꽁초며 담배 갑 따위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 이런저런 흔적들을 낚시터에 남기는 사람들에 대해 혐오감을 갖게 되었고, 그 혐오감을 표출하는 짓도 하게 되었다.

부당한 것을 보면 참지 못하고 곧잘 지적을 하는 성품 탓에, 급기야는 낚시터에서 타인과 시비를 벌이기도 했다. 한 번은 태안읍 인평리 저수지에서 타지에서 온 일행과 시비가 붙어 큰 싸움이 벌어질 뻔했는데 다행히 그 일행 중에 싸움을 말리는 사람이 있어 가까스로 수습이 된 적도 있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 나는 낚시에 흥미를 잃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낚시터가 지금처럼 쓰레기 세상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내가 낚시꾼들의 흔적에 신경을 썼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나는 낚시꾼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이상한 피로도 느끼기 시작했다.

낚시에 대해 흥미를 잃고 이상한 피로를 느끼게 되면서 시나브로 내 낚시 도구들이 모두 사라지게 되었는데, 그 무렵 나는 담배를 끊었고, 또 화투장도 손에 쥐지 않게 되었다. 낚시와 담배와 화투, 그것들을 동시에 의식적으로 끊었는지는 확실한 기억이 없다. 하지만 거의 같은 시기에 그것들과 절교를 하게 되었고, 절교의 배경 안에서 그 세 가지 기호는 서로 어떤 연관성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 어송 저수지 길옆 경고판 앞에 쌓여 있는 쓰레기 포대들
ⓒ 지요하

요즘 나는 민물 낚시와는 철저히 담을 쌓고 있다. 가끔 명절 같은 때 낚시를 좋아하는 동생들과 낚시에도 부쩍 관심을 가질 때인 아이들 탓에 함께 바닷가에 가서 갯물 낚시를 하는 경우는 있다. 하면서도, 옛날 낚시에 탐닉했던 시절이 아련히 그리워지기는 해도 다시 옛날처럼 낚시에 탐닉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매일같이 걷기 운동을 하면서 가끔 태안읍 도내리 저수지와 인평리 저수지의 둘레를 걷곤 한다. 근흥면 수룡리 저수지 둘레를 걷는 때도 있다. 저수지 둘레를 걸을 때마다 상심을 안게 되고 슬픔을 겪기도 한다. 도처에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들 때문이다.

낚시꾼들은 낚시를 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버리려 오는 사람들인 것 같다. 왜 그들은 그렇게 자기 쓰레기를 되가져가지 못하는 것일까? 왜 그렇게 더러운 흔적 남기기를 좋아하는 것일까?

그들이 남기는 흔적이란 고작 쓰레기일 뿐이다. 쓰레기 흔적을 남겼으므로 그 사람 자체가 쓰레기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조차 그들은 하지 못하고 또 하지 않으니, 그래서 더욱 쓰레기일 수밖에 없다.

낚시터의 쓰레기 더미들에서 쓰레기 세상을, 쓰레기 흔적들에서 쓰레기 인간들을 본다고 하면 지나친 극언일까? 물론 너무 심한 말일 테지만, 낚시터의 쓰레기 더미들은 내게 큰 상심과 슬픔을 안겨준다. 요즘에는 최근 일본의 거리들과 아소산 국립공원에서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고 온 '청결'이 내게 부러움을 안겨주면서 자괴감으로 작용하는 아픔도 있고….


2006-08-16 11:54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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