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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 신부 순교 160주년 기념 순교자 현양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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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06-09-26 ㅣ No.104666

 

    김대건 신부 순교 160주년 기념 순교자 현양 대회

        


한국 천주교회의 '순교자 성월(聖月)'인 9월

해마다 9월은 한국 천주교회가 '순교자의 달'로 기념하는 달이다. 9월 한 달 동안 천주교 신자들은 특별히 순교자들을 공경하고 그들의 행적과 유덕을 기리고 순교정신을 되새기며 지낸다.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자들을 특별히 공경하고 기리는 것은 순교자들의 죽음이 곧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표상하고, 그들의 이름이 하느님의 영광을 크게 드러내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고, 가을의 서늘한 바람결 속에서 인생무상도 체감하게 되는 시기에 순교자의 달을 지내는 것은 여러 가지로 각별한 일로 여겨진다. 한국 교회가 9월을 순교자의 달로 정한 것은 9월에 한국 최초 사제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순교일(16일/음력 7월 26일)이 있는데다가 26일에 가장 많은 이들이 순교를 했기 때문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국 교회에서 순교자 성월이 시작된 것은 1925년 7월 5일 로마에서 거행된 '기해·병오박해 순교자 79위 시복식'이 계기가 되었다. 한국 교회에서는 이듬해 8월, 복자들이 가장 많이 순교한 9월 26일을 '한국 치명 복자 79위 첨례'로 정하고 순교 복자들을 현양하도록 했다.


▲ 20일 충남 당진군 우강면 '솔뫼성지'에서 거행된 (대전교구) '순교자 현양 미사' 전 성극의 한 장면  
ⓒ 지요하

그때로부터 43년이 지난 1968년 10월 6일 로마에서 병인박해 순교자 24위에 대한 시복식이 거행됨으로써 한국 교회의 순교 복자 수는 103위가 되었고, 이 103위 순교 복자들은 1984년 5월 6일 한국(서울 여의도)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거행한 시성식에 의해 마침내 성인품에 오르게 되었다.

한국 교회 최대 영광의 해였던 1984년 6월, 한국 교회는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9월 '복자 성월'을 '순교자 성월'로 명칭을 바꾸었고, 9월 26일에 기념해오던 '한국 순교 복자 대축일'도 날짜와 명칭이 변경되어 9월 20일에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로 기념하게 되었다.

(신앙을 증거하다가 죽은 순교자들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모범적인 삶을 살고 죽은 이들을 기리고 현양하기 위해 가톨릭교회는 그들의 행적과 이적 등을 조사하여 복자품이나 성인품에 올린다. 복자(福者)는 지역 교회에서 공경하는 분들이고, 성인(聖人)은 세계 교회에서 공경하는 분들인데, 대개는 복자를 거쳐 성인품에 오른다.)

9월 '순교자 성월(聖月)'의 최 정점이랄 수 있는 20일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이다. 이 날은 세계 교회의 '대축일'이다. 한국 교회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성당들에서 한국의 103위 순교 성인들과 모든 순교자들을 기리는 미사를 지낸다.

9월을 순교자 성월로 지내는 것은 한국 교회만의 일이지만(순교자가 있는 나라들 중에는 각기 다른 달에 순교자 성월을 지내는 나라도 있지만), 9월 20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은 세계 교회의 공통 대축일로서 세계의 모든 성당들에서 기념 미사를 지내니 한국 교회 신자들로서는 영광스러운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김대건 신부 유해 순회 기도

올해는 한국인 최초 사제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순교 1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전국16개 교구마다 '160'이라는 '마디숫자'와 관련하여 특별한 신앙 행사들을 가졌거나 갖고 있지만, 가장 큰 행사를 치른 교구는 대전교구(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다. 대전교구는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으면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유해 순회기도'라는 행사를 실시했고, 20일에는 김대건 신부 탄생지인 충남 당진군 우강면 '솔뫼성지'에서 '순교자 현양 대회'라는 대규모 행사를 가졌다.

대전교구는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인 솔뫼성지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순교성지들을 가지고 있는 교구다. 그것은 충청도 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지역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일찍이 충청도 내포(아산·예산·당진·서산·홍성) 지역은 한국 천주교회의 '못자리'로 불리기도 했다. 이런 대전교구이니, 김대건 신부 160주년인 올해 대규모 신앙 행사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전교구가 '김대건 신부 유해 순회 기도'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가톨릭대학교와 절두산 순교기념관 등에 분산되어 있는 김대건 신부의 4부분 유해가 네 갈래로 나뉘어 8월 17일부터 19일까지 112개 본당(수도원과 신학교 포함)을 순회함으로써 대전교구의 모든 신자들은 올해 각별한 신앙 체험을 했다.


▲ 12일 저녁 태안 성당에서 안면도 성당으로 옮겨지는 김대건 신부의 제4유해  
ⓒ 지요하

기자가 속한 태안 본당은 9월 11일 저녁 해미 성당으로부터 김대건 신부의 제4유해를 모셔와 제대 앞에 안치한 다음 미사를 지냈고, 다음날 저녁까지 모든 신자가 구역 별로 1시간씩 '고리기도'를 했다. 그리고 12일 저녁에는 안면도 성당 신자들이 와서 유해를 모셔갔다.

고리기도란 기도가 끊어지지 않도록 신자들이 릴레이식으로 이어서 하는 기도를 일컫는 말이다. 천주교 신자들은 고리기도를 일년 중에 최소한 한 번은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념하는 '사순절'의 절정인 '성삼일(聖三日)' 때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하신 성목요일,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성금요일, 부활을 기다리는 성토요일을 묶어 성삼일이라고 하는데, 이 성삼일 중에서 성목요일 만찬 기념 미사를 지낸 후부터 성금요일 예수님께서 숨을 거두신 시각인 오후 3시까지 모든 신자들이 구역이나 단체 별로 예수님의 성체를 모신 방에서 고리기도를 한다.

'성체조배회'에 참여하여 일주일에 최소한 한 번은 고리기도를 하는 신자들도 많지만, 전체 신자들이 고리기도를 하는 것은 일년에 한 번 정도인데, 김대건 신부 유해 순회 덕분에 많은 신자들이 또 한번의 이 특별한 고리기도에 참여하여 순교자 공경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성인의 전구(轉求) 안에서 하느님께 세상의 평화와 사회의 공동선을 청원할 수 있었다.


순교자 현양 대회


▲ 순교자 현양 미사 전 성극의 한 장면. 김대건 신부와 어머니 고 우술라의 짧은 상봉과 재 이별  
ⓒ 지요하

20일 오전 10시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인 솔뫼성지에서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순교 160주년 기념 (대전교구) 순교자 현양 대회'가 거행되었다. 이 행사에는 대전교구의 모든 성당들에서 2만 여 명의 신자들이 참여했다. 이 날 동원된 대형 버스만도 260대나 되었다.

기자가 속한 태안 성당도 버스 3대로 120명의 신자들이 참가했다. 이들 중에는 올해 연세 여든 셋인 내 어머니도 있었다. 어머니는 전날 금강산에서 돌아오셨다. 90여 명의 성당 신자들과 함께 18일 금강산에 갔다가 19일 밤 자정이 넘은 시각에 태안에 도착했으니 몸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실 터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1박2일의 금강산 관광에도 별로 피곤한 줄을 모르셨고, 다음날 아침 솔뫼성지 순교자 현양 대회에도 끄떡없이 참가하셨다. 금강산의 예정된 코스를 끝까지 오르시지는 않고 중간쯤에서 내려왔다고는 하지만, 금강산 구경을 하고 저녁 시간에 그곳을 출발하여 먼 길을 달려오셨는데도 팔순이 훨씬 넘으신 노인네가 피곤한 줄을 모르시니 하느님의 은총이 아닐 수 없는 일이었다.


▲ 순교자 현양 대회가 열린 솔뫼성지 숲속을 가득 메운 대전교구 신자들  
ⓒ 지요하

버스들은 솔뫼성지 정문 앞에까지 갈 수가 있었다. 성당마다 정해진 시간에 도착을 하므로 별 혼잡 없이 모든 버스가 성지 정문 앞에서 신자들을 내려줄 수 있었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돌아갈 때는 솔뫼성지에서 3Km 떨어진 지점에 대기해 있는 버스를 향해 모든 신자가 걸어야 했다.

그 길도 어머니는 너끈히 걸으셨다. '대전교구운전기사사도회'에 참여하는 개인택시 기사들이 여러 대의 차량으로 부지런히 노약자들을 실어 나르는 일을 했지만 어머니는 그 봉사 차량들을 외면했다. 탈 사람들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면 타겠지만 서로 타려고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는 절대로 타지 않겠다는 말씀도 하셨다. 그러시면서 3km를 너끈히 걸으시는 어머니를 보자니 고마운 마음과 함께 어떤 '재미' 같은 것이 나를 더욱 행복하게 했다.

솔뫼성지의 너른 소나무 밭 일대는 신자들로 가득했다. 본당마다 지정된 자리가 있었다. 아름답게 설치된 제대 가까운 곳에는 대전 등 먼 곳에서 온 신자들이 앉고, 서산지구 등 솔뫼에서 가까운 지역에 사는 신자들은 맨 뒤에 앉도록 자리가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우리 본당 신자들은 제대가 아예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미사를 지내게 되었다.

처음에는 불평을 하는 신자들도 있었지만, 우리보다 아침 일찍 먼 길을 달려온 신자들에 대한 배려 차원임을 모두 이해하게 되었다. 제대는 보이지 않지만 앰프 설치가 잘 되어 있어서 음향 상태만으로도 좋은 분위기 속에서 미사를 지낼 수 있었다.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되었는데, 먼저 '아자리아 선교단'의 찬양노래와 성극이 펼쳐졌다. 성극은 김대건 신부의 소년 시절 출가부터 순교를 할 때까지의 일대기를 요약해서 보여주는 것이었다.


▲ 한 달 동안의 대전교구 112개 본당 순회를 마치고, 솔뫼성지 순교자 현양 미사 제대 앞으로 옮겨지는 김대건 신부 유해들  
ⓒ 지요하

성극이 끝난 다음 11시에 순교자 현양 미사가 거행되었다. 사제 입장 행렬에 참여하지 않는 노(老) 사제들은 미리 제대 주변에에 올라 있는 가운데, 사제 입장 행렬이 시작되었다. 맨 먼저 김대건 신부의 네 부분 유해가 입장을 했다.

지난 한 달 동안 교구내 112개 본당을 나누어 순회한 유해들이었다. 화관으로 장식된 유해를 모신 네 채의 가마를 네 명씩 짝을 이루어 메었는데, 맨 앞의 제4유해는 남성 신자들이, 제3유해는 한복 차림의 여성 신자들이, 제2유해는 수도회가 각기 다른 수녀들이, 마지막 제1유해는 젊은 사제들이 메었다.

김대건 신부의 네 부분 유해가 나란히 제대 앞에 안치된 가운데 사제들의 입장 행렬이 계속되었다. 사제들 뒤에 지난해 은퇴하신 경갑룡 요셉 주교님이 입장을 했고. 맨 마지막으로 주교 지팡이(목장)를 쥔 유흥식 라자로 교구장 주교님이 입장을 했다.

사제 입장 행렬에 두 주교님의 위치가 바뀐 사실에서, 그리고 주교 지팡이를 유흥식 주교님이 쥐고 있는 모습에서 기자는 묘하게 세월 무상을 느끼는 한편으로 가톨릭교회의 명확하면서도 아름다운 위계질서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사제 입장 행렬 맨 뒤에서 주교 지팡이(목장)를 쥐고 입장하는 대전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 전 교구장 경갑룡 요셉 주교가 앞에 위치한 모습에서 세월도 느끼게 되고...  
ⓒ 지요하

솔뫼성지에 함께 한 2만 여 명의 신자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일체감 속에서 순교자 현양 장엄미사를 지내며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했다. 순교자들이 체감시켜 주는 하느님의 현존 속에서 신자들은 다시 한번, 더욱 명확하고 절실하게 복음 말씀들을 가슴에 되새겼다.

"눈물로 씨뿌리던 이들, 환호하며 거두리라/뿌릴 씨 들고 울며 가던 이, 곡식 단 들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 (화답송 일부)

"알렐루야/그리스도의 이름 때문에 모욕을 당하면 너희는 행복하리니, 하느님의 성령께서 너희 위에 머물러 계시리라" (복음환호송)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하리라" (영성체송)


▲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순교 160주년 기념 (대전교구) 순교자 현양 미사의 한 장면  
ⓒ 지요하


덧붙이는 글

*지난 20일 솔뫼성지에서 열린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 160주년 기념 (대전교구) 순교자 현양 대회'의 한 가지 행사로 대전가톨릭문우회의 시화전이 실시되었습니다. 그 시화전에 출품된 제 '순교신앙시'를 소개합니다.


순교 선열들 앞에서


저 아련한 소년 시절부터
가슴 저미는 의문들을 품었지요
어떻게 그런 참혹한 고통 속에서
기쁘게 죽어갈 수 있었을까?
대체 믿음이 무엇이기에
믿음 때문에 죽어야 하나?
하느님은 왜 자기를 믿는 사람들을
처절한 고통 속에서 죽게 하는 것일까?
문득 나 자신에 대한 의문도 갖게 되었지요
나도 똑같은 박해 상황을 겪게 된다면
그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배교하지 않고
과연 기쁘게 순교할 수 있을까?
주먹을 쥐고 다짐을 하면서도
자신할 수 없음에, 이상한 두려움에
한숨쉬며 눈물을 삼키기도 했지요
지금도 내 가슴에 깊이 드리워진 물음표 하나
나도 과연 순교의 화관을 얻을 수 있을까?
순교 선열들의 무덤 위에 명료히 피어난
순교의 화관들을 보며
화관의 의미를 되새길 줄 알게 된 오늘
다시금 내 가슴에서 명료히 피어나는 물음표 하나
박해가 없는 오늘을 사는 나도
과연 순교의 화관을 얻을 수 있을까?
피의 박해는 없을지라도
유형무형의 박해가 계속되고 있는 오늘
하느님 신앙이란 모름지기
희생 정신, 순교 정신을 낳는 것이어야 함을 깨달으며
다시금 순교의 화관을 바라보네
스스로 나를 죽이는 삶이 순교일 수 있음을
뜨겁게 되새기며…
오늘 다시 찾은 순교 선열들 앞에서….


  2006-09-26 10:11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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