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감에서 안보 관련 핫 이슈들이 대거 대두되었다. 굳이 이번 국감의 긍정적인 측면을 들라면 지난 수년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잊어버리고 살았던 현존하는 안보위협 사안들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한국군 전시 탄약 비축분 문제(한나라당 박진 의원 문제 제기), 해군 함정의 노후화 문제(열우당 김성곤 의원 공개), 대잠 전력의 부족(한나라당 권경석 의원 질문), 전국 군부대의 물 부족과 수준 이하의 수질로 인한 장병들의 고통문제(한나라당 황진하 의원 공개) 등은 지금까지 햇볕정책 또는 자주국방 구호 속에 묻혀져 있던 우리 군과 안보의 현안들이었다.
저간의 상황이 그러한데도 집권여당은 '기밀 유출'을 빌미로 '안보문제 관련 구체 사안'에 대해서는 의원들에게 제공하지 말도록 정부 부처들에 지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같은 사항들은 공공연한 군사기밀이 아니던가. 그들 주장처럼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문제라는 지적은 옳지 않다.
한국군의 전시 탄약 비축분의 부족문제는 이미 십 수년 전부터 지적되어 왔던 사항이다. 현재 한국군 자체적인 탄약의 비축분은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에 따라 많은 수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전시(戰時)탄약은 오키나와, 하와이 등에 비축되어있다.
지난 수 년 간 국방비의 제약으로 인해 전시 탄약 비축분이 목표치의 60%에 불과하다는 사실 역시 안보부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었던 사안이다. '국방비의 실질감소' '안보부문에의 관심감소' '정치논리 우선으로 인한 안보투자 소홀' 등이 그 원인일 것이다.
해군 함정의 노후화 역시 세계 해군사회에서는 놀랄 것 없는 현안이었다. KD함(한국형 구축함)들이 실전 배치되기 전까지 건조 50년이 넘는 함정이 우리나라 해군의 주력함이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이 함정에 발령 받은 함장은 동기들로부터 위로 받기도 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또한 해군 지원자 부족으로 인하여 해군 함정들이 어쩔 수 없이 항구에 정박되어 있었던 상황도 잦았다. 그런데도 국방 전력에 대한 투자에 앞서 인기에 영합하기 위한 정책예산 등의 집행이 지난 수 년 간 이어져 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대한민국 해군은 전세계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지금의 노후화된 장비로도 각종 훈련에서 뛰어난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놀라운 투지와 정신력의 바탕이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해군과 해병에 대한 투자는 육군 우선의 분위기에 밀려나는 등 불이익을 겪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대잠(對潛)전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해군은 과거 P-3C 오라이언 대잠 초계기의 도입 시 '왜 그 대잠기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는가'가 아닌, '왜 고가(高價)를 지불했나' '왜 미국 시스템에 종속되려 하나' 따위의 주제를 벗어난 질책에 대잠(對潛) 전력확충은 뒷전으로 밀려났었다.
현재 중국은 해군항공사령부 산하에 작전기 610여기(機)를 보유하고 있고, 일본은 P-3C 대잠 초계기 1백여대와 SH-60 시호크 헬기 75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경우 역시 강력한 대잠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 역시 동서해안에 7개 잠수함기지와 110척의 잠수정·잠수함을 보유하고서 대남 파상공격침투에 나서고 있다.
군(軍)부대의 물 부족과 수질문제는 장병들의 사기 진작과 처우 개선을 위해 필수적인 사안이다. 대부분의 장병들이 겪어야 하는 이 같은 열악한 환경은 조기에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개인 신형장비 도입을 통한 훈련 효율성 문제, 군 행정체계 개선을 위한 비용 부족문제 등 만성적 예산부족 현상으로 인한 문제는 도처에 널려있다.
국방비의 예산 부족문제는 국방비 증가율이 민간 분야에서의 물가 상승율을 따라가지 못함으로 인한 실질적인 조달 비용의 감소에 기인한다. 이 때문에 우리 군(軍)은 민간 분야에 비해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금 우리 군의 문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산의 부족 문제이다. 지난 8월 감사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03년 전력 투자비는 5조 9475억원 정도로 전체 국방비 중 32.6% 이다. 이 금액은 적지 않은 큰 금액이지만, 신형 이지스 구축함 한 척 건조 비용 '약 1조 460억', 조기경보기 한 대 가격 '5,000억', 통신위성 한 대 조달비용 약 3천억에 비하면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국방 예산에 계상되는 것은 연차적이기는 하나 지금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육군의 화력장비' '특수전력의 장비확충' '개인장비의 개선' 'C4I 장비확충' '공군 전투력의 60%에 이르는 F-4·F-5 노후기 교체' '해군 함정 건조' '해병대 장비 현대화' 등 역시 시급성을 요하는 예산사업들이다. 국방예산 중 경상 운영비는 12조 3063억원으로 67.4% 를 차지하며, 이 비용 중 인건비 비중은 42.8%나 된다.
장교 부사관 급여의 현실화를 통한 사기 진작과 인간적인 삶 보장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아직도 부족한 금액이다. 일부 자칭 군사 전문가들이나 민주노동당은 '인력 감축을 통해 첨단군대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말의 작희(作戱)일 뿐이다.
이 같은 비용을 제외하고 남는 금액은 4조 4869억원이다. 이 돈으로는 급식·피복·교육장비운영 기타 물자획득시설 건설과 유지 및 연구에 사용된다. 전체 65만 병력이 먹고, 입고, 교육훈련 받는 금액으로 과연 충분한지 정치권에서 한 번쯤 생각해봄직 한 일 아닌가.
이런 안보 현안과 관련하여 최근 여당에서는 '정보를 공개하지 말도록' 국방부에 압력을 가했었다. 야당의원들의 주문은 당리당략 차원이 아니라, '안보 인프라의 강화'인데도 여당은 이를 정쟁(政爭)으로 몰아붙이려 하고 있다.
국민의 불안은 안보대응의 불비(不備)에서 오는 것일 뿐, '안보 관련정보의 공유(共有)'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질 않는가. 환부는 가리거나 덮어두는 것만으로 충분하지가 않고 도려내어 치유하는 것이 도리이다. 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전(前)근대적인 치졸한 사고(思考)일 뿐이다.
더욱이 '안보 태세의 완비' 없이 체제의 우월성을 내세우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역사 바로 세우기가 아닌 '과거사 후벼파기'를 고집하면서 안보는 걱정할 일이 없다고 계속 국민을 기만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북핵 위기'와 '전세계적으로 점증하는 무차별적인 테러위협'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현대화' '일본의 적극적인 군사행동 움직임' '한미군사 동맹의 해이'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국가안보에 관한 절대적인 관심이 요구되는 시기를 맞고있다.
현존하는 위협과 우리 군에 부족한 부분의 문제를 숨기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보상황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행위를 정보유출이라며 막는 것은 우매한 짓거리가 아닐 수 없다. 안보위기는 가려서 될 일이 아니라, 미비(未備)함을 드러내어 위협에 대응하는 방책이 중요할 뿐이다.
여권(與圈)은 '기밀보안'과 '미비점 보강' 사이에서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정치논리가 국가안보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철저한 안보 대응을 위해서도 문제점과 미비사항은 철저히 공개되고 보강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군의 역할과 중요성에 관해 폄하하는 사회분위기가 불식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우리 군(軍)이 여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기가 꺾이는 일이 없도록 꾸준한 투자와 전력증강을 통해 전투력의 현대화를 지속적으로 이루어 '국민의 군대로서의 위용'을 유지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끔 적극 배려해야 할 것이다.
전 경 웅 (본지 고정칼럼리스트, 군사평론가)